[프리즘]IT 형질변경

 토지를 개발하려고 하면 가정 먼저해야 할 일이 토지 형질변경이다. 임야를 대지로 바꾸어야 주택을 건립할 수 있다. 상가로 바꾸려면 상업용지로 형질을 바꾸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뢰, 뇌물공여 등 부정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토지의 부가가치가 형질변경 하나로 하루아침에 몇십배나 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논에서 밭으로 형질이 변경돼도 땅값이 몇배 이상 뛴다. 밭이 대지로 형질변경되기가 논보다 쉽기 때문이다.

 흔히 졸부라고 비아냥 받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토지의 형질변경으로 급작스레 떼돈을 번 사람들이다. 이른바 불로소득이다. 정부도 이러한 불로소득에 대해 무거운 과세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땅’으로 재미(?) 본 사람들은 정부의 대책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벌금을 물어도, 세금을 더 내도 그 이상 땅값이 치솟기 때문이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경제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돈 따라 가는 것을 어찌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형질변경은 토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IT시장에도 거대한 형질변경이 이뤄지고 있다. ‘돈되는 곳’을 찾아 업체마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 헤매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 모심던 업체, 인터넷에서 밭갈던 업체들이 그들의 땅을 ‘나대지’로 형질변경중이다. 형질변경한 나대지에 짓는 집은 ‘게임’이다. 게임이 그나마 IT의 돈되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까닭이다.

 IT 형질변경은 토지와 사뭇 다르다. 부정사건이 뒤따르지도 않는다. 허가를 맡을 필요도 없다. 시기도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다. 단, 그 핵은 미래와 시장을 보는 눈이다. 형질변경으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전적으로 사람에 달렸다. 토지의 형질변경은 가시적인 성과라도 보장되지만 ‘IT 형질변경’은 성과보장을 장담하기 힘들다.

 염려스러운 것은 형질을 변경하는 대부분의 IT기업들이 게임을 ‘목 좋은 땅’로만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게임시장 역시 업계 전체의 3% 미만이 99%의 시장을 장악한 구조다. 선발의 권한이 어느 시장보다 강한 형국이다. 지목만 바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IT형질변경은 아니함만 못하게 된다.

 <이경우 정보사회부 차장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