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자괴감부터 얘기하겠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1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자문회의법 공청회 자리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과학기술자문회의의 역할이 현재 확실히 구분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입을 떼었다.
황 교수는 국과위 민간위원과 과기자문위 자문위원을 겸직하고 있어 나온 질문이었다. 복제소 ‘영롱이’로 유명한 황 교수는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개발, 일간신문 1면을 장식하며 또다시 유명세를 탔다.
자신의 분야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과를 올리고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한 두 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황 교수가 엉뚱하게 ‘자괴감’을 들먹인 이유는 뭘까.
황 교수는 “자문회의에 참석하면서 다룬 과제가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과학기술정책방향’ 같은 것이었다”며 “정책에 반영되는 사안이 아니라 이슈와 미래사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흐름을 짚어주는 정도의 주제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번은 야심찬 안을 6기 위원회에서 만들어봤으나 관련 부처의 수정요구에 시달려 대통령 대면보고때는 문구나 흐름이 선문답식의 철학적 내용으로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마저도 거의 역할을 못해 자문위원이 과학기술계 인사에 대한 명예직 부여수준이라는 생각까지 들더라는 것. “이런 형태의 자문회의 운영이 적합한 것인가 자문자답을 해왔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그는 “국과위와 자문회의는 현재 역할중복이 없다”며 이 때문에 대통령이 자문회의 위원장을 맡는 것을 적극 지지했다고 밝혔다. 위원장인 대통령을 회의때마다 대면한다는 것보다 그만큼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하고 무게를 두는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것. 과학기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와 자긍심도 보이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는 안동선 위원장 외에 권영세 의원(한나라당) 한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질문을 던졌다. 총선을 앞둔 긴박하고 중요한(?) 정치현안에 바쁜 의원들이 자리를 떠버린 탓이다. 싱겁게 끝나버린 공청회장을 나오면서 황 교수는 또다른 자괴감을 느꼈으리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