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문화산업의 `윈도효과`

 최근 청룡영화제를 비롯한 몇몇 영화 시상식이 열렸다. 화려한 옷차림의 영화배우들이 시상식에서 내비치는 환한 미소는 올 한해 외국영화에 맞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국내 영화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동안 개봉을 미뤄왔던 외국의 대작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속속 상영을 하기 시작했지만 국내 영화도 예전처럼 쉽게 시장을 내어주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나 영화가 상을 받는 일은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다. 반면 미국에서 제대로 상영된 국산 영화는 지금까지 단 한편도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1조1000억달러에 이른다는 콘텐츠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150억달러로 점유율이 1%를 조금 넘는 데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가 25%, 조선이 32%, TFT LCD가 40%대에 이르는 데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반면 일본은 애니메이션만으로 철강의 4배 규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런 상반된 현실이 공존하는 가운데 문득 얼마전 영구아트무비 심형래 대표와 만남이 떠오른다. 심 대표는 미국의 투자전문회사인 락우드에서 단일영화에 투자되는 해외자금으로는 역대 최대인 1500만달러(약 178억원)의 유치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유치한 자금은 현재 제작하고 있는 ‘디워(D-War)’에 투입된다고 한다. 이 영화는 성공여부를 떠나 콘텐츠 강국이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세계 메이저 영화배급사들에 대한 사전 마케팅 강화도 큰 부분이다.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철저하게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로 일관했다. 영화제작과 함께 캐릭터와 테마파크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캐릭터 개발, 캐릭터 머천다이징, 게임, TV용 2D, 3D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로 활용하기 위한 사전작업 등이다.

 문화산업 분야에는 ‘윈도 효과’라는 게 있다. 하나의 상품은 그 영역에서만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다른 영역에서 되살아나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잘만든 영화 한 편으로 4만5000여 중소기업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데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필요하다. 영구아트센터의 창고에는 미니어처로 제작된 노틀담 사원 등 유럽의 오랜 성과 저택, 사원들이 포장도 없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먼지가 쌓이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도 했다. 아니 오히려 오래된 건물은 먼지가 쌓여 있으니 사실감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오는 2005년에 제작될 애니메이션 ‘황금성’을 위해 2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디워’에 나오는 승주의 낙안읍성도 이미 노천에서 먼지와 풍화작용을 받고 있다.

 동서양에서 바라보는 용의 개념은 상이하다. 그러나 용처럼 매력있는 캐릭터도 드물다. 심형래 대표는 ‘디워’의 성공으로 한국이 ‘용’이라는 세계적 콘텐츠의 주인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스필버그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공룡을 쥬라기공원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듯 용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에게 반도체, 조선에 버금가는 산업을 형성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성장세만큼 우리 스스로 가능성을 한정짓지 않았는가 되물어 볼 일이다. 국내 영화 점유율은 늘어났지만 몇차례 있었던 블록버스터의 실패는 한국 영화를 ‘코믹’이라는 한계에 가둬 버리고 컴퓨터 그래픽 등 기술수준에 대한 자조의 목소리를 내게 했다. 그래서 심형래 대표의 도전은 그 자체로서 더욱 아름답고 의미가 깊다. 끊임없는 집념과 열정. 디워에서 그리고자 하는 용이 찾는 여의주는 어쩌면 그의 품 안에 있는지 모른다.

 ◆ 권오용 KTB네트워크 상무 oykwon@kt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