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경영 패러다임이 바뀐다](중)고객·주주 최우선

사진;남중수 사장이 KTF 가입자를 위한 공간인 나지트를 직접 찾아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듣고 있다. 남중수 사장이 고객관리센터에서 직접 이어폰을 끼고 고객의 상담을 받고 있다.

 요즘 이동전화사업자 사장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번호이동성 시차제라는 엄청난 시장환경 변화를 앞두고 날마다 영업현장을 점검하랴, 사업전략을 꼼꼼히 살피랴 연말도 잊고 지내는 것이다. 분초를 쪼개 사는 3개 회사 사장들은 저마다 업무일정은 다르지만, 한결 같은 공통점은 ‘고객만족’에 최대의 관심을 쏟는다는 데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으로 ‘번호주권’이 고객에 돌아가면서 사업자들의 시장경쟁이 자연스레 고객서비스 경쟁으로 옮아가는 덕분이다. 그리고 고객만족을 중시하는 최근의 변화에는 근본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주주가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경영전략이 내면에 깔려 있다.

 그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해오던 이동전화 시장도 올들어 포화조짐을 보이고, 내년 번호이동성 시차제까지 겹치면서 고객만족 경영이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같은 변화가 특히 돋보이는 이유는 지금까지 사업자들이 고객과 주주보다는 사실 정부의 정책에 눈높이를 맞춰왔던 탓도 크다.

 남중수 KTF 사장은 고객에 특별한 경험과 최고의 만족을 안겨준다는 ‘굿타임 경영’을 설파하면서 업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남 사장은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는(executive) CEO가 아니라 고객만족전문경영인(CSO:Customer Satisfaction Officer)이라고 자임했다. 평일 24시간 고객응대를 하고 우수고객에는 전문상담원을 배정하는 등의 고객접점개선과 고객혜택강화, 품질경영, 고객참여 등 다양한 실천프로그램을 직접 주문하고 나선 것도 결국 고객만족에 최고의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남용 LG텔레콤 사장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서비스’를 기치로 고객사랑 경영을 들고 나왔다. 단말기가 고장나거나 분실되면 직원이 직접 찾아가 수리, 대여를 해주는 엔젤서비스와 부서별로 고객불만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고객불만총량 관리제가 안팎으로 화제다. 이처럼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고객만족을 실천하니 영업일선 현장도 당연히 고객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6월 대대적인 기업혁신 전략을 수립한 SK텔레콤 표문수 사장은 티저 광고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캠페인성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른바 고객에게 7가지 약속을 실천한다는 뜻의 레인보우 프로그램. 레인보우 실천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대목은 고객이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게 고객만족의 범위를 통신이 아닌 생활 전반으로 넓혔다는 점이다.

 LG텔레콤 이상민 홍보실장은 “회사의 모든 사업전략에서 고객서비스가 최우선 순위”라며 “아마 내년쯤이면 이동전화서비스가 최고의 고객만족 시장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동통신 3사에겐 주주 역시 투자측면에서의 고객이다. 세 CEO는 취임 이후 최근 회사의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가 하락 가능성 때문에 정해진 차세대 투자도 축소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없지 않으나 어쨌든 주주 중시의 경영은 큰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