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대표 김쌍수)가 조직개편을 통해 세계 휴대폰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따라 휴대폰업계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 세계 휴대폰시장을 놓고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 18일 정보통신사업본부의 본부장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휴대폰사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특히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휴대폰사업을 내년 승부사업으로 지목,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부회장은 백색가전사업을 총괄할 때 나락에 떨어진 사업을 기사회생시켜 삼성전자를 제친 경험을 휴대폰 부문에서도 재연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두 회사간 ‘쫓고 쫓기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LG, 내수부터 삼성 잡는다=LG전자는 이번에 단행된 정보통신사업본부의 인사와 함께 조직을 개편하면서 박문화 신임 사장 직속으로 ‘한국사업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한국사업담당은 내수 시장에 내놓을 휴대폰의 연구개발(R&D)을 포함한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내년 LG전자 내수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LG전자는 내년 내수 시장에서 30∼35%의 시장점유율을 달성, 삼성전자와 격차를 10%P 이내로 좁힌다는 구상 아래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내부적으로 ‘내수 시장점유율 35% 달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올해 내수 시장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려 국내 휴대폰 시장을 삼성·LG 양강체제를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신제품 출시 지연과 팬택&큐리텔의 거센 도전으로 오히려 지난해(25%)보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LG전자 고위관계자는 “내년초부터 스마트폰, 200만화소 카메라폰 등 혁신적인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탄력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GSM에도 ‘각축’=LG전자는 해외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3분기에 LG전자가 미국형(CDMA) 휴대폰시장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렸다.
CDMA에서 삼성을 제친 자신감은 유럽형(GSM)으로 그대로 연결됐다. LG전자는 내년에 유럽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GSM(GPRS·WCDMA 포함) 1000만대 가량의 휴대폰을 공급할 계획이다. CDMA처럼 GSM에서도 몇 년 안에 삼성전자를 넘을 수 있을 것이란 게 LG전자측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휴대폰 생산라인을 찾아 ‘1등 LG’를 강조했다”며 “내년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4위 달성을 제시한 것을 보면 오는 2005년에 3위 삼성전자를 넘으라는 오더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전자는 내년에 3500만대의 휴대폰을 공급, 지멘스를 제치고 6500만대의 삼성전자에 이어 4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EO 맞대결 ‘주목’=기업간의 승부만큼이나 CEO간의 자존심 대결도 치열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이상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이기태 텔레커뮤니케이션네크워크(TN)총괄 사장도 어떤 식으로든 맞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장 경영’을 모토로 에어컨과 전자레인지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 김 부회장은 최근 정보통신 부문의 핵심조직을 사업장으로 이전하는 등 휴대폰사업에서도 현장경영을 시작했다. 정보통신사업본부장에는 히타치-LG데이터스토리지(HLDS) 대표로 광저장장치 시장에서 5년째 세계 1위를 달려온 박문화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휴대폰사업을 진두지휘케 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컨버전스(융합) 전도사 윤 부회장과 품질 경영의 대명사 이 사장이 이들의 거센 도전을 막아야 한다. 특히 ’불도저’식 경영으로 유명한 이 사장이 국내외 시장서 LG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뽑아들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