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로벌 기업들이 화웨이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중국 IT업계에 앞다퉈 기술과 자본을 투자, 제휴를 추진하는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IT업체들에 13억 중국시장은 과연 무엇인가.
지난 수년간 수많은 외국계 하이테크 업체들이 부푼 꿈을 안고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자본주의에 눈 뜬 구대륙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정보통신수요와 턱없이 저렴한 중국의 제조시스템은 외국계 IT기업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중국시장을 활개치며 누비던 글로벌 IT기업들이 최근 심상찮은 적신호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숨은 뜻은=중국당국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첨단 하이테크 분야에서 외국 기업들의 입지를 좁히고 자국기업을 밀어주는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동안 현지공장을 세우고 기술이전을 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펴온 외국계 IT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되돌아온 부메랑(중국당국의 규제조치)에 잇따라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반면 중국기업들은 외국업체들이 독식해온 하이테크시장에 진입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호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테크놀로지는 이같은 차이나부메랑 효과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례다. 선전에 위치한화웨이는 지난 88년 창업 이후 교환기·데이터네트워크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해 올해 매출 35억달러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자리잡았다. 중국 이외의 해외시장에서 알카텔, 시스코를 추격하는 한편 첨단 3세대 휴대폰 단말기까지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저임으로 유혹=이같은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20%에 불과한 화웨이 연구원들의 임금수준도 한몫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IT기업들이 화웨이와 제휴하면서 각종 첨단기술과 자본을 앞다퉈 갖다 바친 것이 가장 큰 성공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 마쓰시타, 지멘스 등 13개 대형 하이테크기업들과 화웨이와 합작사를 세우거나 공동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외국기업의 중국통신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화웨이는 가장 좋은 현지파트너로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횡포 시작됐나=이달초 중국 정부는 국제표준과 다른 독자적인 무선랜 암호화표준(WAPI)을 제정, 의무화시킨데 이어 이 신형 암호코드의 배포권한을 11개 중국업체에 독점시켰다. 이에 따라 외국계 무선랜 장비업체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라이벌관계인 중국계 업체들과 불리한 기술도입협상을 해야 하는 황당한 처지에 놓였다. 중국당국의 특혜를 받은 IT기업 리스트에는 당연히 화웨이가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는 초대설립자 첸 렝파이가 중국군 장교출신으로 배후에 중국군부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외국업체와 제휴과정에서도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중화제일주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정부와 기업이 손발을 맞춰 외국계 기업을 코너에 몰아붙이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중국당국은 외산 휴대폰 수입을 제한키로한데 이어 DVD, 휴대폰 영상재생 등 각종 첨단기술분야에서 자국에 유리한 규격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외국의 첨단기술과 자본을 유치한 뒤 적당한 시점이 되면 외국기업의 등을 떠미는 중국의 전략을 보면서 글로벌 IT기업들이 중국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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