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표준화`에 미래가 걸렸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모든 국가가 국제표준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국제표준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국제표준화 활동에 총력전을 펴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다. 국제표준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단순 제조 전문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또 국제표준을 외면할 경우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은 물론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개발한 상품의 판로마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제표준은 기업생존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상징하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표준 제정시 영향력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느냐는 그 나라의 기술력에 달려 있고 이는 곧바로 국가경쟁력과 직결될 뿐 아니라 그에 따른 경제적 이득도 엄청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10대 신성장 산업 관련 기술의 국제표준화 사업에 나서기로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과 관련해 정부가 산업별 분담이나 예산지원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개발될 기술들을 우선적으로 국가규격 채택은 물론 활발한 국제 활동을 통해 국제표준으로 자리잡게 해달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내년부터 오는 2008년까지 ISO, IEC 등이 제안하는 국제표준에 우리 기술 200건을 반영하고 사실상의 국제표준, 이른바 ‘디팩토 스탠더드’에도 우리기술 100건을 반영해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의 사용자(taker)에서 제안자(maker)로 역할을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세워 앞으로 정부의 국제표준화 활동이 주목된다.

 잘 알다시피 정부가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역점을 두고 육성하겠다는 신성장 산업은 대부분 IT기술이 융합·복합화해 나타난 새로운 개념의 산업과 서비스들이다. 때문에 대부분 국제표준화가 초기단계인 것들이어서 우리의 표준화 활동 역량에 따라 국제표준 주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TV, 홈네트워크, 이동통신, 콘텐츠, 반도체 등은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국제표준에 반영되지 않으면 개발기술이 사장되는 분야다. 국제표준이 기술개발을 선행하거나 병행되어야만 하는 분야인 것이다. 이처럼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은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지적재산권과 국제표준이 동시에 이뤄지는 삼위일체로 추진할 때 성공이 가능하다. 우리가 이번 신성장 산업의 국제표준화 사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민관 협조체제 구축이다. 신성장산업 같은 첨단기술 분야를 한 나라가 독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제표준화에 영향력 있는 국가들과 전략적 협력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와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내부 협력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제표준화 문제에서도 부처간 역할문제로 마찰을 빚을 경우 신성장 산업 육성은 차치하고라고 국가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와함께 정부는 국제표준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국제표준에 부합하도록 국내 각종 규정과 룰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국제표준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무슨 전략으로 어디에서 수익을 창출할 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신성장 산업에 미래를 맡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