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한·중·일 e비즈니스

 우리나라는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있다. 동아시아는 EU· NAFTA와 더불어 세계 3대 경제권의 하나다. 이미 중국· 일본· 홍콩 등은 자국을 아시아 경제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우리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북아 중심국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렸던 전통 산업은 날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IT·BT·NT 등 첨단 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견인차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신에 기존 전통 산업은 e비즈니스와 접목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와 지정학적 위치,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에 이르는 제조업 기반, 우수한 노동력 등 동북아 중심 국가 도약을 위한 필요 조건을 갖췄다. 부족한 국제화 마인드와 불안정한 노사 관계, 미흡한 제도, 경영의 불투명성 등은 아직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만 그리 심각하지는 않다. 약점을 보완하고 일본·중국에 앞서 대외 개방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업 환경을 조성해 나가면 동북아 중심 국가로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이 출발점이 바로 e비즈니스다.

 우리는 이를 위해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일본과 전자상거래 협력 증진을 위해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일 및 한·중 양국간의 e비즈니스 협력에 있어서는 각각 채널을 갖고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중·일간의 협력과 3자간 협력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러 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이 한국이 중간자적 입장에서 3국을 네트워크화해 e비즈니스 분야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동북아 경제 협력의 틀 속에서 한·중·일 3국이 경제 보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 산업간 실효성 있는 기술·자본 협력과 3국의 민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이런 민간 협력을 기초로 정부 협력을 발전시켜 e비즈 관련 기술 개발, 표준화, 규범 제정 등과 관련된 국제 논의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일본 전자상거래 추진협의회와 민간 차원에서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중·일 민간 대표로 구성된 ‘한중일 EC추진 협의체’가 발족돼 한·중·일 3국간 전자상거래 공동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한·중·일 3국 공동 관심사인 트레서빌리티(traceability)관련 민간 워킹그룹을 구성해 3국간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애플리케이션 보급 촉진, RFID기술에 의한 트레서빌리티에 관한 표준 작성, 국제 표준화 협조, 무역 분야에서 상호 운용성이 있는 트레서빌리티 인프라 구축, 삼국간 실증실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한국의 업종별 B2B네트워크 구축사업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인프라를 아시아 허브로 육성 발전하기 위한 한·중·일 3국의 산업과 기술 환경 연구도 수행될 계획이다.

 업종별 B2B네트워크 구축사업은 국내 제조 업종의 B2B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으로 업종에 대한 표준화 및 DB구축, 업종 내 정보화 등 국내 산업의 e비즈화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어 왔다.

 업종별 B2B 사업을 통해 지원된 40개 업종을 토대로 일본에서는 기술과 신상품을, 한국은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중국은 생산을 전담하게 될 수 있는 선진형 협업 B2B 실현이 가능한 업종을 선별해 우선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를 통해 한·중·일 3국이 각각 가지고 있는 산업 분야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통 산업은 더 이상 성장 동력이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IT를 바탕으로 기존 전통 산업의 e비즈니스화를 추진해 지속적인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와 지정학적 위치,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에 이르는 다양한 제조업 기반과 우수한 노동력 등을 감안하면 동북아 e비즈니스 중심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필요 조건은 마련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일본·중국에 앞서 전자상거래 분야에 적극 투자해 동북아 지역에서의 e비즈 분야의 선도적 위치를 점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동훈 한국전자거래협회 회장 대행 dhkim@kcal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