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막상 상용화를 앞두곤 열기가 사그러들었으나 통신강국의 아이콘임엔 틀림없다.
서울, 경기 일부지역에서 오는 29일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KTF와 SK텔레콤의 IMT2000단말기를 이틀간 빌려 미리 체험했다. 기존 PCS에 비해 차별화된 화상통화 중심으로 점검했다. 이동수신은 통화권역이 넓은 KTF를 주로 살펴봤다.
단말기 모델은 LG-KW2000(KTF)과 LG-SW2000(SK텔레콤).
첫 만남. 영상통화를 누르자 상대방과 기자의 얼굴이 화면에 뜬다. 생각보다 선명한 화질은 PC카메라를 놓고 하는 영상채팅 수준은 돼보였다. 화면도 자연스럽다. 초당 5프레임부터 15프레임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뒷 배경도 쉽사리 확인이 된다. 술자리가 잦은 주당이나 사우나 출입이 잦은 영업사원이 걱정스럽다.
저녁 7시. 여의도 근방, 숭실대 앞, 방배동, 테헤란로로 이동할 때, 영상통화는 안정적으로 연결됐다. 서초역에서 선릉역 사이 지하철 2호선에서도, 강북강변로 반포대교에서 성산대교 구간을 시속 90k∼100km 속도로 달려도 접속은 끊기지 않는다. 음성통화 품질은 PCS와 다를 바 없었고 영상통화 품질도 이따금 깨지는 현상에도 불구 대체로 안정적이다. 적어도 서울지역과 경기도 인근에선 상용서비스로 나무랄데 없다. 그러나 영상과 음성 전송속도 차이로 목소리보다 입모양이 조금 늦는 단점이 발견됐다. 통화연결시도 5초 가량의 지연이 발생했다.
기지국간 접속연결(핸드오프) 기능도 우수해보였다. 경기도 항공대앞(경의선 화전역)부터 연결한 영상통화가 수색, 연세대 앞을 지나 사직터널에서야 끊어졌다. 그러나 IMT2000 커버리지를 벗어났을 때 PCS 음성통화로 자동연결되는 기능이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였다. 단말기 크기는 기존 카메라폰과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나 테스트용탓인지 아직 에러가 잦다. 통화시간 40분, 통화대기 18시간에 바닥나는 배터리도 해결해야할 과제.
기자에겐 귀에 대지 않고 앞에 들고 전화하는 자세가 익숙지 않았다. 이어폰을 꼭 챙겨야 하는 것도 불편한 점. 습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상대방은 물론 본인의 얼굴도 나온다는 게 인상적이다. 철학자 탁석산씨는 “스스로의 모습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기자 입장에선 통화상대중 굳이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사람이 가족말고 몇명이나 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은행원인 신승원씨(30·남)는 “업무용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통화한다면 모를까 영상전화를 많이 쓸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상채팅에 익숙한 10대, 20대에게는 익숙하고 흥미로운 서비스가 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통화자세로 볼 때 카메라가 얼굴 아래쪽을 비출 수밖에 없어 이른바 ‘얼짱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서비스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수요가 있다면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만한 수준. 보조금으로 단말기는 50만원 가량이 된다고 볼 때 결국은 통화요금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였다. 10초당 50∼100원 수준이면 수용할 수도 있을 듯. 그러나 사업자들은 이 요금에 맞추기는 어렵다고 한다. 콘텐츠 다운로드 속도는 기존 EVDO폰보다 빠르겠지만 패킷단위 과금으로 요금이 같아 경쟁력이라고 볼 수 없겠다. 동영상SMS, 비즈니스용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쓸만한 서비스’가 보급 초기부터 더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