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T) 다음은 나노기술(NT)이다.”
미 행정부가 향후 4년간 나노기술 개발에 총 37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새로운 나노열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C넷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나노기술이 미국경제를 이끌 새로운 견인차가 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나노업체들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벤처자금이 나노기술 연구분야에 대거 몰려들고 있다. 전미과학재단(NSF)은 나노기술에서 파생될 경제적 가치가 오는 2015년까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미국 증시는 나노 기술주들이 주도할 것이란 낙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닷컴기업의 거품이 나노산업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37억달러 규모의 나노연구법안에 서명했던 이달 3일, 나노테크를 이용한 유전자 신약을 개발하는 나노젠의 주가는 두배로 껑충 뛰었다. 이밖에도 알타이르나노테크놀로지, 나노페이즈테크놀로지, NVE도 뉴욕시장에서 나노 테마주로서 연일 주가가 치솟고 있다.
군사용 나노금속 코팅기술을 보유한 인프라매트는 최근 국방부로부터 6년치의 추가 프로젝트를 허락받고 수천만달러 규모의 펀딩을 찾고 있다. 덴버시에 위치한 제타코어는 나노단위의 컴퓨터 메모리칩을 개발중이며 나노-테크놀로지사는 각종 세균을 분석하는 나노 크기의 바이오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나노기업의 기업가치는 아직 미미하고 수익성도 검증되지 않았지만 나노산업이 아직 초보단계란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일 가치는 충분하다.
나노열풍은 해외로도 급속히 번져 아시아 각국의 정부와 대기업들은 미국계 나노기업에 앞다퉈 투자를 제의하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나노기술에 투자할 적기지만 대부분 나노기술이 아직 제품 실용화까지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벤처투자가 과열양상을 띄고 있다고 우려한다.
럭스캐피탈의 조위 울프 애널리스트는 “과거 인터넷 열풍이 불때는 PC 몇대로 창업이 가능했지만 나노기술은 막대한 시설투자와 전문인력이 필요한 거대산업”이라며 장기적인 투자목표가 필수적이라고 충고했다.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위치한 나노시스의 경우는 태양전지, 바이오센서, 컴퓨터 분야 나노특허를 내세워 최근 3900만달러의 벤처자금을 유치했지만 2006년 이전에 상용제품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
일부에선 현재 소규모 나노업체에 투자한 사람들이 돈을 벌기 전에 IBM, HP, 인피니온 등 다국적 거대기업이 나노시장을 선점해서 결국 과실을 독차지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내년도 미국경제의 화두가 나노테크놀로지가 될 것이란 전망에는 미정부와 나노업계, 투자자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