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 `생명력` 최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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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일본 기업들이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전자업계는 가장 ‘생명력이 약한’ 기업군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년째 자체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기업 존속여력 랭킹’ 결과, 소니를 위시해 마쓰시타전기,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들이 최하위권에 대거 포진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존속여력 ‘하위 20개사’ 가운데 수익 변동성이 큰 소니, 마쓰시타전기 등 하이테크업체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들 기업의 존속여력금액은 이번에 조사한 총 120개 회사의 평균(83억엔)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소니는 존속여력 가능성이 낮은 기업 1위로 선정돼 지난해 불거진 ‘소니 쇼크’가 심상치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게다가 마쓰시타·히타치까지 나란히 2, 3위를 차지해 쇼크를 더해 주고 있다.

 소니는 전체 사업 이익에서 마쓰시타, 히타치 등을 상회하는 1998억엔을 기록했지만 존속가능이익이 이보다 2배를 넘어서는 4570억엔에 달해 존속여력에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니의 존속가능이익이 전체 이익보다 큰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소니는 음악, 영화, 게임, 금융 등으로 사업영역은 넓혀왔지만 영화나 음악 등에서 히트작을 기록하지 못해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이 1350억엔과 3390억엔 사이에서 크게 요동쳤다. 이 때문에 자산 규모가 훨씬 큰 NTT, 도요타자동차 이상의 위험 부담을 안은 것으로 분석됐다.

 마쓰시타와 히타치는 소니보다 수익 변동 폭이 낮아 존속가능이익이 적었지만 이익 수준 또한 너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쓰시타는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나 늘어나 ‘V자 회복’의 기대를 낳았지만 영업이익률이 2.2%에 불과했고 히타치도 마이너스 1672억엔의 존속여력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광섬유 수요 축소에 따른 적자로 전환한 고가전기공업, 수익 변동이 큰 KDDI, 어드밴테스트, TDK 등의 존속여력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소니 등 전자업계는 그동안 일본의 경쟁력을 높인 기업들임에 분명하지만 이처럼 존속여력이 마이너스라면 향후 일본 경제 개혁을 견인하는 힘을 지닐 수 없다”며 “이는 바꿔말해 전자업계 등이 부진에서 벗어날 경우, 일본 경제는 본격적인 혁신기로 접어들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용어설명

 ◇존속가능이익(금액)=기업이 건전하게 사업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금액(주주 배당금, 차입금, 세금, 주요 경영진 상여금 등의 합계)과 이익이 크게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비축해 놓은 금액(유보율)을 합친 비용을 말한다.

 ◇존속여력=실제로 기업이 벌어들인 세전 사업이익에서 존속가능이익을 뺀 금액. 통상적으로 플러스일 경우 기업의 생명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