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통사업 `들러리` 되나

통신 3사 번호이동성제 마케팅에만 몰두

 ‘번호이동성 마케팅 전쟁이 이동통신 시장의 모든 이슈를 잠재웠다.’

 이동전화 3사의 번호이동성 마케팅 전쟁이 새해 첫날부터 강도높은 수위로 전개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손꼽힌 비동기식 IMT2000(WCDMA)·2.3㎓휴대인터넷 등 통신산업의 신생 테마들이 일찌감치 뒷전으로 내팽개쳐지고 있다.

 연초부터 불붙은 이동전화 3사의 가입자 유치전은 마치 지난 97년 PCS 3사가 등장할 때의 과열양상을 재연해 통신 시장의 흐름을 오히려 거꾸로 돌려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가뜩이나 시장침체가 이어진 가운데 번호이동성 영업 경쟁에 내몰린 사업자들이 약정할인 등 줄줄이 요금인하 대열에 가세하면서 WCDMA 등 산업 전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신사업 투자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전화 3사는 신년초부터 WCDMA나 시설투자는 뒤로 한 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번호이동성 가입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번호이동성 시차제로 가장 큰 비상이 걸린 SK텔레콤은 올해 WCDMA 투자규모를 최대한 잡더라도 지난해 수준 이상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많이 양보하면 지난해 수준 정도 (WCDMA에) 투자할 용의가 있고 전체 투자규모 또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시장상황을 봐선 정통부도 (당초 투자계획대로 WCDMA에 투자하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통부가 이제는 WCDMA 출연금 삭감이나, 더 나아가 동기식 3세대(G) 서비스 전환을 허용해주는 전향적인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또 2.3㎓휴대인터넷에 올해 100억원이상을 투입키로 했으나,이 역시 2G 이동전화서비스와의 연동 등 기술개발에 치중한다는 목적이다.

 또 다른 WCDMA 사업자인 KTF도 번호이동성이라는 호기를 활용, 가입자 유치에만 혈안인 가운데 올해 신규 투자는 사실상 EV-DO에만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WCDMA 투자는 크게 기대할 게 없는 대신, EV-DO는 SK텔레콤에 버금갈 정도로 확대할 것”이라며 WCDMA 투자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태도를 굳혔다.

 이처럼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번호이동성 마케팅 경쟁에만 한결같이 집중하는 반면 통신시장의 차세대 성장을 견인할 신규 투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자, 업계 주변에서는 산업전반의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며 걱정스런 시선을 보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미 가입자 정체에 접어든 유선시장도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투자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인데 이동전화시장마저 번호이동성이 모든 현안이 묻혔다”면서 “요금인하 등으로 업계의 수익성마저 나빠지면 올해 통신산업 전반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