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회복을 위한 확장적 정책유지를 통해 국민들이 우리 경제의 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김진표 부총리 2일 증권시장 개장식 치사)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에 서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신년사)
“기업의 기를 살리고 투자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신년사)
“IT 신성장동력의 세부추진전략을 조속히 추진해 경제 재도약의 견인차를 만들겠습니다”(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신년사)
주요 경제 부처 기관장들이 새해를 맞아 한 목소리로 산업 육성과 내수시장 활성화를 외쳤다. 지난해 내수 침체로 힘겨운 한해를 보냈던 국내 IT와 전자산업계에겐 희망을 주는 메시지다.
그런데 산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당장의 침체된 내수 경기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정책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올해도 별 수 없지 않겠느냐”는 냉소가 벌써부터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가 신성장동력 주도권을 놓고 싸움을 벌일 때에도 그랬다. 산업계는 당장의 먹거리를 걱정하는데 먼 훗날의 먹거리 찾는 일을 둘러싼 정부부처의 행태에 넌더리를 냈다. 장관들의 거창한 구호가 귀에 들어올리 없다.
디지털방송.지난 2001년 10월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개시한 지 벌써 2년2개월이 넘었으나 여전히 내수 시장의 원동력으로 구실하지 못한다. 더욱이 때늦은 전송방식 논쟁을 벌이더니 정부가 지난해말이었던 광역시 디지털TV방송 기한을 연기해 내수 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IMT-2000(WCDMA)은 한번의 연기 끝에 지난 29일 가까스로 상용화에 들어갔으나, 사업자의 소극적인 태도와 정부의 방관으로 사업자 선정 당시 ‘미래 IT산업 성장동력’이라는 기대를 무색케 했다.
온라인게임을 비롯한 디지털콘텐츠.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의 주역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와 사업자간 첨예한 이해 다툼으로 주춤거린다.
이뿐만 아니다.통신과 금융의 융합서비스로 각광받은 모바일뱅킹, 통신과 방송의 융합서비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유비쿼터스컴퓨팅의 기반 전자태그(RFID) 등도 정부부처간 이견,세부 정책 마련 지연 등으로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 리눅스만 해도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인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정부의 정책의지 실종으로 그동안 준비만 해온 산업계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새해엔 더욱 적극적으로 WCDMA·DMB·휴대인터넷 등의 정책 로드맵을 마련해 산업 활성화에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한 임원도 “정부는 산업 육성책과 함께 시장을 조성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지금처럼 서로 눈치만 보면서 뒷짐을 져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의식을 갖고 정부부처가 적극적으로 협의해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경우 당장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TV는 전송방식 논란에 휩싸여 위축됐으나 산업계의 오랜 숙원인 특소세 인하 조치만 조속히 나와도 시장은 활성화한다. WCDMA도 정부가 약속한 단말기 보조금 지금 금지 예외 방침을 비롯해 육성책을 서둘러 시행하면 ‘제2의 CDMA’신화에 도전할 수 있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산업계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올해만큼은 당장의 성장동력에 정책 방향을 집중해줄 것을 간절히 원한다.
산업계는 올해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가거나 수요가 높아 내수 경기 활성화에 기폭제 구실을 할 IT분야로 △리눅스 △디지털TV △DMB △WCDMA △홈네트워크 △스마트카드 △모바일뱅킹 △모바일게임 △전자태그(RFID) 등을 꼽았다.
저마다 올해의 성장동력이 될 자격이 충분하나, 저마다 뭔가 정책적인 걸림돌이 놓였다. 정책 당국이 걸림돌을 제거하는 시점이 이를수록 우리 IT 경기 활성화 시점도 앞당겨질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