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의 올해 최대 화두인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작되자마자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우려된다.
시행 첫날부터 선발사업자인 SKT의 전산오류 때문에 정상적인 인증절차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물론 일시적인 장애가 있을 수 있으나 번호이동으로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고의적인 의도가 숨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알고 있기로는 SKT의 고액가입자가 번호이동을 원할 경우, “왜 번호이동을 하려 하느냐”며 전화를 걸어 만류한다고 한다. 또 때로는 후발사업자를 비방하는 음성적 행위도 공공연하게 벌인다고 한다.
번호이동성제도에 이동통신사의 사활이 걸려있다고는 하나 이같은 일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으로서 지탄 받을 일이다. 이는 단순히 시장의 방어가 아니라 번호이동성제도의 의미마저 흐리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도는 특정 기업과 경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다. 과거 이동통신 선발사업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사업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매출과 경상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요금인하 요구에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윤 추구에만 급급하고 소비자 이익을 등한시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후발사업자들의 정당한 행위를 가로막는 일련의 일들은 제도 정착을 교묘히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소비자를 진정으로 위한 일인지 묻고 싶다.
번호이동성제도는 국가자원인 식별번호의 브랜드화를 방지하고 다양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사업자에게 가입자가 쏠리는 현상을 덜어주기 위한 측면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독점 사업의 폐해가 얼마나 큰 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선발사업자인 SKT는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을 동원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노력해야 할때다.
이동통신 번호이동성 제도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으며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올바른 제도로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재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