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나 PC서버를 수백대 연결해 고성능(HPC)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 적용하는 PC클러스터가 국내 IT산업을 부흥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PC클러스터는 세계 다른 나라에서 이미 일반화된 하드웨어 플랫폼 도입 방식이지만 올 국내 시장 규모는 500억원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산 서버가 없는 우리 현실에서 PC클러스터는 일종의 ‘대안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PC클러스터 인프라에 사용되는 서버가 인텔이나 AMD와 같은 칩세트 기반의 소형 서버를 근간으로 한다. 하지만 고비용 구조의 국내 서버 시장의 폐단을 바로잡고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업체들이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 운용 노하우를 갖출 수 있어 산업 유발 효과가 크다. 적어도 IBM·HP·선과 같은 외산벤더에 절대적으로 종속돼 있는 국내 서버시장을 바꿀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0년대 국산 서버 개발을 목표로 추진된 주전산기 개발 프로젝트는 10여년간 대략 600억원 정도가 투자된 결과, 97년까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2000여대가 공급돼 약 200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중단된 이후 2000년 이후 국내 서버 시장은 연간 1조5000억원대 이를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지만 100% 외산 장비가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 돼버렸다.
지난해 200억원 규모였던 PC클러스터 시장은 올해 대형 고성능컴퓨팅(HPC) 프로젝트와 64비트 아이테니엄 클러스터 시장 형성에 힘입어 올해는 두배 이상 성장한 5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소프트웨어진흥원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대학교의 전산시스템을 리눅스로 전환하는 정부의 지원사업이 확정돼 플랫폼을 PC클러스터로 도입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학교 및 연구소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 기업들도 유닉스 장비 대신 PC클러스터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PC클러스터 시장에는 정부의 지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파워게이트 배영주 대표는 “클러스터는 기업이 직면한 고비용 IT 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정부에서 공개소프트웨어 도입을 추진하듯 테스트베드 구축과 같은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실제 서비스 현황을 눈에 보이게 하는 지원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조영화)과 민간기업이 추진한 국내 PC클러스터 산업 육성책(가칭 ‘클러스터 기반 국가산업 부흥계획(안)’)이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당시 업계에서는 5년여간 지속적인 기술개발 및 레퍼런스 구축 등에 관해 기획안을 올렸고 정통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결국 예산 배정에서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이밖에 지난 2001년부터 정통부가 ETRI와 공동 추진해온 차세대 인터넷 서버 개발프로젝트를 PC클러스터와 연계해 기반기술 육성 차원에서 새롭게 접근하자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ETRI측이 콘텐츠 아카이브 형태의 광역서버를 개발하는 2단계 사업부터는 클러스터 기반으로 한다는 사업 내용을 확정했는데 클러스터 산업 육성 차원에서 좀더 명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TRI 차세대 인터넷 서버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박경 팀장은 “PC클러스터 기반의 하드웨어 플랫폼 개발은 제2의 국산서버 개발처럼 국내 하드웨어 기술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의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