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법인들이 주식대금을 납입하지도 않고 대낮에 신주를 찍어내 유통시킨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새해벽두부터 터졌다. 증시에 아무런 근거없이 발행돼 떠도는 유령주식에 대한 ‘주식괴담’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른 예상 피해 인원도 6일 집계된 것만 1만5000명, 피해액도 500억원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유령주식을 발행한 문제의 모디아, 동아정기, 대호, 중앙제지 등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들어오지도 않은 자금을 허위로 납입한 것으로 속여 신주를 발행했다. 이번에 적발된 허위 납입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금융감독을 교묘히 빠져나간 새로운 사기수법이다. 지금까지는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대금을 우선 넣었다가 바로 인출하는 ‘가장 납입’을 사용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돈을 아예 넣지 않고 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이 동원된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이들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이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이 감자 등 자구절차 노력을 실시하거나 3자배정 유상 증자를 받아 주식 매각대금을 챙긴 측에서 돈을 돌려주지 않는 한 회사 주주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올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던 연초 경제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분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금융 감독당국도 면죄부를 받기는 어렵다. 증권 유관기관에 증명서만 제출하면 별다른 확인 없이 신주를 유통시킬 수 있는 허점이 이용당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의 주권은 모두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고 금융감독당국의 감독체계에도 구멍이 뚫린 상태”라며 “더 큰 문제는 유사한 기업이 더 있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증시에서 기업 및 경영진의 비리와 추문, 또 항상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금융 당국의 대처방식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걱정이다. 올해는 이런 사건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