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TV 논쟁` 이젠 끝내자

 지상파 디지털TV(DTV) 전송방식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엊그제 조찬간담회를 갖고 디지털TV 전송방식과 관련해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선 끝없는 평행선만을 달릴 것 같은 디지털TV 전송방식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법 찾기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이처럼 양 기관이 정책 협조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구랍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처협력을 통해 이달말까지 합리적 프로세서를 만들어라 달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보다도 양 기관이 김대중 정부시절 결정해 5년동안 거액을 투입해 추진해온 것이 자칫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당면과제로 인식해 빠른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말 시·군·구 지역 디지털TV 전환 연기 결정을 놓고 소관 업무영역 문제까지 들춰내는 등 지금까지 양 기관이 격한 대립을 벌였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협조체제 구축은 합의점을 찾기 위한 첫 출발선에 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날 회동에서 양 기관은 비록 KBS의 디지털TV 비교시험에 대해서는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지만 각각의 주관 사항을 명확히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사안을 결정할 때 상대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존 디지털TV 전송방식 주무부처는 정통부며 전환일정과 관련된 주관기관은 방송위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간 대립을 보일 정도로 불명확했던 사안을 명확히 함으로써 갈등의 요소를 없앤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달 말까지 마련될 디지털TV 전송방식 문제와 관련한 최선의 대안이 관련부처와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양 기관이 정책 협조를 결정했다고 해서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과 관련한 걸림돌이 모두 해소된 것은 물론 아니다. KBS 비교시험 문제에 대한 이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듯이 아직 추진주체에 대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누가 추진주체가 되느냐에 따라 반영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디지털TV 비상대책위원회가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통부가 디지털TV 전송 문제 해결 주체가 될 수 없고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통부와 방송위가 해외 현지실사를 통해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공동조사단을 한달간 9개국을 파견했지만 현재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미국식과 유럽식 두 방식의 기술적 개선가능성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만큼 조사단이 마라톤 토론을 벌여서라도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시간을 다투며 발전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식이든 유럽식이든 개선 가능성은 모두 있고 어느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논란이 치열할 때 그 우열에 대한 객관적 비교실험은 하는 것은 좋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전송방식 논쟁을 계속하는 건 디지털방송의 앞날은 물론 국내 디지털TV 산업을 비롯한 전자업계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만큼 이제 논쟁의 결론을 내야한다. 디지털TV 전송방식은 기관 입장만을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전환은 수용자의 이익과 함께 산업적 고려에 의해 결정돼야 함은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