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아키텍처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게 일었다. 공공, 민간 할 것 없이 많은 조직으로 확산되었으며, 최근에는 단지 관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아키텍처 정보화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도 예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첫째, 아키텍처 정보화의 실체가 무엇인가. 현재까지 수차례에 걸쳐 ISP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계획인데, 이 아키텍처 정보화를 왜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선 현재 정보기술 관리를 어떻게 잘 하는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크게 기획, 구축, 운영 및 평가로 이어지는 정보기술 관리를 경영자의 기대에 맞게 잘 하고 있다면 이런 아키텍처 정보화는 필요 없다. 그러면 정보기술관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보화에 대한 밑그림이 우선 완성돼야 하고, 정보화 프로젝트를 조직 목표와 연계시켜야 하며, 다양한 대안을 개발한 후 이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비교평가한 후 최적의 대안을 선정하려는 노력 등이 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바로 아키텍처 정보화다.
이는 기존 정보화전략계획(ISP)과는 다르다. ISP 결과물은 이를 표현하기 위한 내용 또는 표현 기법상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만 변하면 참조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아키텍처를 통한 정보화 밑그림은 조직 전략 방향 및 정보기술의 변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크게 변화되지 않을 요소들로 정의되어 있으므로 언제든 참조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ISP는 대개 전략적 IT 계획수립 목적만을 위해 수행되지만 아키텍처 정보화는 계획뿐만 아니라 개발, 운영 및 평가에 이르는 정보기술 관리의 다양한 의사결정을 지원해줄 수 있다.
둘째, 아키텍처 정보화 프로젝트의 범위와 깊이는 어떠해야 하는가. 아키텍처 수립시 업무 영역이 먼저냐, 자료·애플리케이션·정보인프라와 같은 정보기술 요소가 먼저냐. 정보기술 요소 중에서도 정보인프라만 단독으로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아키텍처 정보화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 중에서 업무, 자료, 애플리케이션, 그 다음 정보인프라의 순으로 전개되는 게 순리다. 그러나 조직이 처한 상황과 아키텍처 관련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키텍처 요구사항의 도출은 정보기술 관리를 위해 수행해야 할 다양한 의사결정 형태를 자세하게 나열하고 이번 아키텍처 프로젝트를 통해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의사결정 형태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게 효과적이다. 개선하고자 하는 의사결정 형태가 정해지면 이에 필요한 아키텍처 요소의 종류, 범위, 깊이 등이 자연스럽게 결정되게 된다.
셋째, 현재 정보화 아키텍처는 정의되어 있지 않지만 어떻게 하면 아키텍처 정보화 사상이 내년도 정보화 노력에 스며들게 할 수 있는가.
어떤 경우이든 가장 먼저 수행되어야 것은 아키텍처 정보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 일이다. 기존의 정보기술관리는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이의 해결을 위해 왜 아키텍처 정보화가 필요한지를 인식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정보기술관리 담당자 일부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현업사용자 및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층 모두에게 확산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아키텍처 정보화 성숙도 향상을 위한 가장 첫 걸음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조직의 상황마다 올해 할 수 있는 방안이 각기 다를 수 있다. 만일 올해정보화 사업계획을 수립할 기회가 있는 경우에는 아키텍처 기반 정보계획수립을 권하고 싶다. 이 경우에도 조직 전체로 아니면 해당 사업단위로 할 것인지는 추가로 고려해야겠지만, 만일 올해 주요 신규 시스템 개발을 수행할 때에는 해당 시스템과 직접 연관된 사업단위를 범위로 하는 세그먼트(segment) 아키텍처를 수립한 후 시스템 개발에 임하거나 아니면 해당 시스템의 개발, 운영, 평가와 관련된 아키텍처 요소를 수립해가며 시스템 개발을 수행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성근 중앙대 교수(한국ITA협의회 대표위원) skim@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