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개혁을 놓고 정치권에서 물꼬찾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제대로 내놓은 결과물이 없다. 보는 국민은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정치권이 지금 여·야 가릴 것 없이 불난집 처럼 난리가 난 것은 검은 돈, 불법 정치 자금 때문이다. 진흙탕에서 아가리질 하면서 정권을 잡고, 국회의원이 되려다보니 깨끗한 돈, 검은 돈 가리지 않고 끌어다 쓴 게 누적돼 이런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누굴 탓할 수 도 없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은 모두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야당은 “편파수사” “야당 탄압”이라며 목청을 높인다. 정신적 여당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죄질이 동일시 되는 것에 불만이다. 돈을 건네 준 재계는 “강요에 의해 돈을 건넸다”며 역시 피해자라고 볼멘 소리다. 도대체 가해자는 누구인가. 국회의원에 대해 흔히 “특혜는 많고 책임질 일은 거의 없어 직종 중 최고”라고 말한다. 그러니 그 자리를 욕심내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까. 한번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해병출신도 아닌데 영원한 국회의원이길 바란다. 밀어내도 그만 둘 생각을 안한다. 대(代)를 이어 자식에게 국회의원 바톤을 넘기는 사람도 있다.
94년 재정한 통합선거법은 ‘돈은 묶고 말은 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말뿐이었다. 실제 금권선거는 지난 대선때까지 여전했다. 과거 정권같으면 대선자금 문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덮었을 것이다. 금액도 과거에 비해 적다. 관행이라는 방어벽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니까 여·야 가릴것 없이 불법 자금 관련자는 법의 채찍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돈 안쓰는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뒷거래, 음습한 정치와 손을 끊고 새 정치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개혁안에 정치권은 말과는 달리 소극적인 자세다.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현행 정치 구조아래서 정치를 하려면 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구당을 운영하는데 월 최소 2000-3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세비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막상 이런 문제를 개선하자며 방안을 내놓자 꽁무니를 빼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정치구조나 패러다임도 변해야 한다. 돈 안쓰는 선거를 하려면 정당구조를 바꾸면 된다. 중앙당 슬림화와 지구당 운영방안을 개선해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개선하면 될 일이다.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다. 정보화 시대의 인프라를 정치에 도입하면 정치 풍토를 개선할 수 있다.
우선, 지구당 운영에 인터넷을 도입하면 비용을 엄청 줄일 수 있다. 이것이 발전하면 인터넷을 이용한 새 정당모델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이 늘 입에 달고 있는 참여정치. 정당 민주주의.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개선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인터넷 세대는 정치에 냉소적인 20-30대가 주류다. 이들을 정치마당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더욱이 예전처럼 일방통행식의 지시가 아닌 양뱡향 정치도 가능하다. 어떤 정책에 관해 즉시 유권자의 반응도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중앙당과 지구당을 네트워크화해 전자결재를 도입하면 돈과 관련해 비리에 연루될 소지를 없앨 수 있다.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사이버투표도 가능하다. 돈 먹는 조직선거, 동원선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전문 선거꾼이 끼여들 여지가 없어 금권이나 지연,학연 등의 폐해도 줄어 들 것이다. 시간도 절약된다. 중간에서 결정권자의 입맛에 맞추는 정책의 왜곡현상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나아가 IT산업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 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누구도 항상 역사의 주역이 될 수 는 없다. 주역에서 조역으로, 그러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게 진리다. 정치는 모든 사회활동의 결정체라고 한다. 국민 참여 없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 국민에게 질시받으면서 정치해 본들 무엇을 얻겠는가. 정치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시대를 반영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만다. 그 게 역사의 교훈이다.
<이현덕 논설주간 hd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