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가 단말기 보조금 금지 이후 첫 특수를 누리고 있다.
새해 들어 통신서비스사업자들이 번호이동성 및 010 통합번호 제도를 활용, 적극적으로 고객 확보전에 돌입하면서 예년보다 3∼4배 가량 휴대폰 주문량을 늘림에 따라 휴대폰업계가 ‘때 아닌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전략제품을 내놓은 일부 휴대폰 업체의 경우 생산시설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부품이 달려 주문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황=LG전자·팬택&큐리텔·KTF테크놀로지스(KTFT) 등이 특히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들 휴대폰 업체는 주로 KTF와 LG텔레콤에 전략단말기를 납품하고 있는 회사들이며, 이번 번호이동성제 실시 이후 단말기 수요 급증의 주역이 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4개 모델의 번호이동성 전략제품을 준비중이며, 이 중 일부 모델은 공급을 완료했다. 팬택&큐리텔도 전략제품으로 KTF에 ‘K7000’, LG텔레콤에 ‘PLG8000’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KTFT는 ‘X3500’ ‘X3600’ 모델을 KTF와 KT에 공급하고 있다.
◇얼마나 공급했나=KTFT의 경우 10만여대의 번호이동성 관련 제품을 준비했으나 1주일이 채 안돼 모두 소진됐다. 현재 10만대의 전략제품 추가생산에 들어갔으나 부품이 달릴 정도다. 팬택&큐리텔도 20만원대의 ‘K7000’ 모델을 준비, 1차 생산분을 모두 공급한 상태다. LG전자도 예년보다 2배 가량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하이엔드 전략상 전략제품을 내놓지 않았으나 기존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인은 뭔가=무엇보다 통신사업자들의 번호이동성 관련 고객 확보전에 따른 치열한 경쟁의 산물로 보고 있다. 게다가 010 통합번호 실시에 따른 신규 고객 확보전도 한 몫하고 있다. 또 단말기 보조금에 버금가는 약정할인·보상판매 등의 각종 유인책의 영향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살제로 단말기 업체들이 이번특수를 대비해 20만원대 저가 모델을 내놓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해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전망=휴대폰업계는 이에 따라 아예 번호이동 및 010 시장을 겨냥한 전략제품을 내놓고 이 부문 특수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TF·KT 등 KT그룹의 경우 전략적으로 이번 번호이동성제 및 010 통합번호제를 활용한 고객확보에 나서 이통사업 판도를 바꿔놓겠다는 전략이어서 단말기 특수는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KTF와 LG텔레콤의 번호이동성제를 활용한 고객 확보전에 맞서 SK텔레콤 역시 약정할인 등 고객 유인책을 내세워 맞불을 놓을 태세다. 정부 또한 번호이동성제와 010 통합번호제가 당초의 목적대로 산업활성화 효과를 내고 있어 위법·탈법에는 대응하면서도 제도 자체의 정착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휴대폰 업계의 특수는 지속될 것으로 보는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