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인재육성의 반석 다져야

 지난 세밑에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진단한 통계조사 한건이 발표된 바 있다. 바로 ‘공대생 10명 가운데 4명이 휴학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이공계 살리기운동’을 주창하던 이공계 출신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써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많은 이들이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요소로 기술, 자본, 정보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 오늘날과 같이 산업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에는 기술적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기술은 사람이 창조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곧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매일 체현하며 사는 기업인들은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위해 늘 애를 태운다. 특히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벤처기업의 경우 인재의 중요성은 여타 경영요소와 비견될 바가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 벤처기업인들은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대중가수만 외치는 소리가 아니다. 기업인들은 매일같이 이 말을 노랫말처럼 읊조리며 산다. 작년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됐을 때에도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 졸였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필요한 사람을 뽑지 못하고 있다.

 이공계 학생들이 고시공부를 하거나 의대를 진학하기 위해 휴학을 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이 문제를 굳이 끄집어낸 이유는 우리 사회가 고시공부로 대변되는 인력 편중의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또는 순수학문이 멸종할 위기에 직면한 세태를 꼬집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인으로서 태산같은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과 같이 살 수 있게 된 원천적인 힘은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근면하고 부지런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노동력으로는 버틸 재간이 없다.

 세계경제는 지금 기술중심의 경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기술 선진국들은 국가경계를 허물며 조성한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부분 이들 나라에 소속된 다국적 기업들은 기술력을 무기로 또다른 시장의 장벽을 높게 세우는 첨병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까운 이웃 중국이 IT산업을 중심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도 기술을 중시한 결과다. 국가대사를 결정짓는 상무위원의 절대 다수가 기술의 중요성을 간파한 이공계 출신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도 인재육성, 나아가 ‘쓸만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다시 짜야한다. 특히 첨단 신기술 개발 능력을 갖춘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들이 없으면 기업도 국가도 미래가 없다.

 정부가 그동안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펼쳐온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이공계 출신들이 캠퍼스에서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는 사회적 처방전까지 포함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명분보다 실익이 앞서는 사회적 풍토에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폭력을 해소하는 것은 사회적인 투자다. 정당한 노력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올해는 원숭이처럼 다양한 지략과 재주를 가진 이공계 출신 인재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해이다. 한편으로 우리의 미래가 달린 쓸만한 인재육성의 반석을 다지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 hschang@turbote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