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편법·과당경쟁이 벌어진 번호이동성제와 010 통합번호 시장에 정부와 통신위원회가 조사를 착수한 데 이어 해당 사업자에 경고를 내리는 등 본격적인 제재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가입자 확보에 혈안인 일선 영업현장에선 불법·편법 행위가 여전히 활개를 쳐 소비자 권익을 제고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통신위원회는 최근 ‘공짜 단말기’ 논란의 핵인 약정할인제 편법 광고와 단말기 불법 대여로 간주할 수 있는 거치할부제 등이 위법이라며 해당 사업자에 경고 명령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또한 실제 영업현장에서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이뤄졌다고 보고 확보한 단서를 중심으로 필요하다면 영업정지 명령도 내린다는 방침이다.
통신위는 이번 번호이동 및 010 통합번호 가입자 유치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결, 시정명령을 내리기 위해 내달 3일로 예정한 99차 통신위원회를 이달중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부응해 KTF는 7일 자체적으로 300여명의 ‘시장감시단’을 조성해 일선 영업현장에서 벌어진 불·편법 행위를 방지하고 ‘고객불만 처리 전담반’을 신설해 소비자 피해 및 불법 사항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TF는 이에 앞서 자체 적발한 17개의 대리점에 △전산 정지 △단말기 공급 중단 △수수료 및 판촉비 차감 등의 조치를 취했고 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입자들을 호도할 수 있는 약정할인제 연계 단말기 할인표시 등을 금지하고 40만원 할인 등의 광고문안도 수정키로 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도 자체 시장감시단을 발족, 운영해왔으며 지난해말에는 마케팅부문 소속 전 직원들과 가맹점 사장단이 참가하는 ‘클린마켓’ 실천 결의대회도 가졌다. 여기서 SK텔레콤은 출고가 이하의 단말기를 판매하다 적발된 대리점에는 전산차단 등의 제재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또한 LG텔레콤도 지난해말 유사한 방식으로 자체 시장감시단 운영이나 대리점 불법 영업행위 근절방침을 밝히는 등 과당경쟁에 대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선 영업현장에서의 불·편법 행위는 계속됐다. 정작 가입자 유치를 위한 무한경쟁에 내몰린 영업현장에서는 본사 차원의 이같은 움직임조차 시늉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종로 인근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물론 본사에서는 공정경쟁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 현장에 떨어진 지상목표는 가입자 유치”라며 “과열로 치닫는 시장상황이 바뀌지 않는한 얼마나 먹혀들겠느냐”며 반문했다.
특히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의 단손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방에선 극심한 지경이다. 광주 및 전남 지역 KTF 대리점에선 여전히 공짜 현수막이 나돌며 리베이트가 많은 점을 악용해 기존 016·018 고객중 010으로 번호변경을 신청한 가입자들을 아예 신규 가입으로 유도했다.
또 일부 SK텔레콤 대리점에선 가개통을 통해 가입자 유치용 장려금을 확보, 단말기 보조금 형태로 지급했으며 LG텔레콤 대리점 역시 공짜 단말기 광고와 010 전환신청자들에게 무료 전화번호 안내가 어렵다는 허위 정보를 제공, 물의를 빚고 있다.
통신위원회 이동형 사무국장은 “불·편법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활동과 함께 사업자별 경고 명령을 내고 불법 사안을 일일이 지적하며 공정경쟁을 촉구했다”며 “시정 요구를 듣지 않고 과열경쟁을 지속할 경우를 대비해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