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 시차제의 최대 수혜주로 여겨졌던 LG텔레콤이 불과 며칠새 신규 가입자 유치실적에서 되레 KTF에 뒤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양사간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다. KTF는 번호이동 시차제 시행 일주일도 채 안된 지난 6일 오전 LG텔레콤을 역전시킨뒤, 10일 현재 8만856명(62.9%)의 누적 가입자를 유치, 4만7669명(37.1%)을 유치한 LG텔레콤과 3만3000명까지 격차를 벌였다. 지난 10일 하루 동안에도 KTF에는 9517명이, LG텔레콤에는 2601명 가입해 1일 유치 실적도 차이가 확연해졌다.
이처럼 번호이동성 시행초기부터 양사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것은 무엇보다 그룹 차원의 지원양상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KTF의 경우 모회사인 KT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전폭적인 영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강제할당을 없애는 대신 가입자 1명당 6만5000원의 판촉 장려금을 주는 식으로 구체적인 마케팅 방안을 마련, 다음주부터 그룹 차원의 공동 영업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자회사인 KTFT나 팬택&큐리텔로부터 20만원대의 전략 단말기도 이미 20만대 이상 확보, 신규 가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단말기 개발에서 영업전선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일괄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LG텔레콤은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KT처럼 대대적인 가입자 유치는 커녕, 그룹 차원에서 어떠한 영업지원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지난해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해 구축한 신규 가입 대상자 데이터베이스(DB)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버린 실정. LG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아직 그룹에서 번호이동성 마케팅 지원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면서 “LG텔레콤은 나홀로 영업에 뛸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더욱이 가입자들에게 강력한 마케팅 수단인 전략 단말기의 경우 계열사인 LG전자의 개발이 더딘 탓에 약정할인제를 내놓고도 지난해 발주한 구형 단말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단말기 라인업을 비롯해 그룹 지원여건이 만족스런 상황은 아니어서 긴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신형 단말기가 출시되고 차별화된 요금제를 새롭게 선보이는 이달중으로는 가입자 유치실적이 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카드 사태 해결에 급급한 LG그룹으로선 LG텔레콤의 영업지원은 커녕,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LG텔레콤의 실적부전은 통신사업에 대한 그룹의 전략부재 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 실패 등 유사한 사례가 거듭 재연될 경우 LG그룹의 유무선 통신사업 모두 어려워질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