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출범 1년을 맞고 있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국정목표로 삼는 획기적인 과학기술 마인드를 갖고 출범했다. 청와대에 정보과학보좌관제도를 신설하고,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방안 등 참신한 과학기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선정하는 등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국정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신선한 충격과 희망을 주고 있다. 또한 최근 노무현대통령은 과학기술계의 숙원이었던 과학기술부총리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인재양성을 총체적으로 관리, 추진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국가행정시스템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희망찬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걸머질 과학기술분야의 유능한 젊은 인력의 유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대학입시에도 우수한 이공계 인력의 확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200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26.9%에 불과했던 자연계 지원률이 2004년도에는 30%이상으로 올라가 양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의대, 치대, 약대 등 소위 안정적인 면허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 비하면, 이공계 대학의 소위 예상 커트라인은 2∼3년 전에 비하여 크게 변화가 없다. 오히려 최상위권 학생들의 대학지원 선호도는 의대, 치대, 한의대 등으로 집중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마저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TFT LCD, PDP, 조선, 철강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을 석권하게 된 것은 유능한 과학기술자들의 열정과 창의적인 기술개발 덕분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우수한 젊은 인력들이 이공계를 기피할 경우 10년 후에 우리나라가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수한 젊은 인력들이 이공계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제적 보상이 필요하며, 이공계 대학들의 교육 여건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SCI 논문 발표의 획기적인 증가를 보이는 등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급변하는 산업과 사회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양적 팽창만 추구하다보니 질적인 성장을 추구할 겨를이 없었다. 학제간 연구와 교육에 다소 소홀했던 것이나 대학내 전공과 대학간의 장벽을 허물지 못한 점도 깊이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향후에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해 국내외 대학간 교류 활성화와 대학 자체평가를 통한 과학기술교육의 청사진도 새롭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대학의 자율적인 개혁과 더불어, 정부에서도 과학기술인들의 연구활동을 진작시키는 정책적 지원은 물론 정부, 산업, 대학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이공계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첫째로 경쟁력 있는 이공계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내부혁신체제를 갖춘 수요자 중심의 대학을 지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도하는 거점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또 경직된 현행 대학입시체제로는 우수한 이공계 학생을 유인하기가 곤란하므로 이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
둘째로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장학금이 학사과정에 집중되고 있어 고급 인력인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대학원생 기숙사·기혼자 숙소 도 마련돼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로 이공계 대학원생의 병역특례제도를 확대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현행 전문연구요원제도를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려야하며 복무관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외쳐봤자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것이다. 대학 스스로도 개혁에 힘써야겠지만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투자와 관심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 한민구 서울대 공과대학장 mk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