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역무 구분제도 유무선·통방 융합사업 발목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 등 완전 별개 영역으로 구분한 현행 사업자 분류제도와 진입 장벽이 갈수록 정보통신 산업의 성장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올들어 KT·SK텔레콤·하나로통신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유무선·방송통신 융합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사업자 역무구분 탓에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신종 서비스에 대해 제도적인 뒷받침은 커녕 오히려 발목을 붙잡고 있다. 특히 이 현상은 최근 유선·무선, 방송·통신 역무간 형평성 논란까지 야기했으며 정체된 통신시장의 성장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선업계에만 불리한 진입장벽=지난해 정보통신부가 ‘기간통신사업자 역무분류제도 개선안’을 만들었으나, 정보·전송 등으로 더욱 시장진입 장벽을 낮춘 유선사업자들과 달리 무선시장은 여전히 ‘주파수 할당’ 역무로 묶어 상대적인 보호 장치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최근 두드러진 시장 정체 현상을 보인 유선시장은 올들어 후발사업자들이 시내·시외, 국제, 부가서비스 등에 잇따라 진입할 예정이어서 한층 힘겨운 경쟁을 예고했다. 하나로통신이 국제·시외전화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비롯, 데이콤·온세통신은 지능망 등 부가서비스,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삼성네트웍스·SK텔링크 등 별정사업자들도 유선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시내·시외·국제·데이터 등 사업부문별로 구분됐던 유선사업자 역무가 정보·전송 등으로 단순화하면 경쟁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선사업자들의 무선·방송 사업진출은 사실상 원천봉쇄됐다.

 ◇통신의 방송 진출도 막혀=차별적인 시장 진입규제는 최근 통신·방송 역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역중계유선(SO) 사업자들이 통신·방송 융합서비스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으나 통신사업자가 방송시장에 진출하려면 여전히 까다로운 규제를 받아야 한다.

 통신사업자들이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디지털멀티미디어센터(DMC) 등 차세대 통신·방송 융합 사업에 의욕적으로 육성하나 지상파 방송사 위주의 방송법 환경에 가로막혔다.

 통신업계는 이같은 유무선·방송통신 사업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장간 균형발전을 위해 조속한 시일내 제도적인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유선사업자들이 받는 차별적인 규제의 도가 지나치다”면서 “특히 2.3㎓ 휴대인터넷의 경우 그동안 무선사업자들이 독점해 온 주파수 할당 역무의 틀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판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한 전문가는 “유무선 사업자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근본적인 이유는 각각에 대한 분류기준을 서로 다르게 규정했기 때문”이라며 “솔직히 문제가 있다고 보나 어디까지나 이는 정책적 판단을 요구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