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원회(EC)가 오는 5월 수정해 내놓을 새로운 특허 기술관련 라이선스 규정에 대해 유럽 기업의 기술 이전 비용을 높이고 기술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C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20%를 넘을 경우, 특허 기술의 독점 라이선스를 금지하는 새로운 내용의 경쟁촉진법을 추진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EC가 오는 5월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라이선스 이전 규정을 발표하면 기술 이전 관련 비용이 크게 늘고 기술 혁신도 저해될 것이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유럽 국가들이 특허의 독점적 성격을 고려, 특허기술을 다른 기업에 독점 라이선스 하는 것을 금지하되 ‘독점 라이선스가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경우’ 등 이른바 ‘블록면제(block exemption)’의 조건에 맞는 경우에는 특허의 독점 이전을 허용하는 정책을 취해온 것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 IT 및 제약 업체들은 또 현재 체결했거나 협상중인 수많은 기술 이전 계약 역시 새 규정에 맞춰 전부 재협상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기술 이전 승인은 번거롭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걸려 실제 시행에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기술 변화를 감안할 때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수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처럼 5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규정에 대해서는 기술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해 혁신과 기술 상용화를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EC에는 기존 제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이 밀려들고 있다.
‘블록 면제’ 제도는 독점 라이선스가 허용되는 경우와 안되는 경우 등에 대해 복잡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기업들에게 라이선스와 경쟁 촉진 규정에 대한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EU에서는 기존 라이선스 규정에 따라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제품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자사 기술을 독점 라이선스하거나 또는 특정 분야의 전문 기술을 가진 업체가 다른 시장의 경쟁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수익을 올려 왔다. 특히 신기술이 중요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제약업계 등에서는 기술 이전이 주요한 수익원의 하나가 돼 왔다.
한편 EC는 이번달 말 새 규정의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나 기존 안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FT는 전했다. 기업들은 2005년 10월까지 기술 이전 계약 수정을 위한 유예 기간을 가진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