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T산업의 간판기업인 에이서가 덩치 큰 PC회사란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첨단 서비스 공급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대만 최대의 PC제조업체 에이서가 연말께로 예정된 창업자 스탠시 회장의 은퇴를 앞두고 후계체제 구축과 구조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이서는 지난 79년 대만 최초로 PC수출을 시작한 지 불과 20년 만에 세계 3위의 PC제조업체이자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으면서 대만을 세계 PC산업의 핵심기지로 끌어올렸다.
에이서의 성공모델은 중소기업 위주의 대만경제에 국제화 바람을 일으켰고 에이서를 거쳐간 수많은 전문인력들은 현재 대만 IT산업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후 에이서는 PC제조뿐만 아니라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벤처캐피털, 인터넷, 영화산업 등 20여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문어발식 확장의 대가는 혹독했다.
지난 2000년 IT거품이 빠지면서 에이서의 영업수익은 전년대비 82%나 감소했고 2001년엔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스탠시 회장은 하이테크 위주의 경영방침이 시대흐름에 맞지 않음을 인정하고 2000년말 경영전권을 젊은 기업인 J T 왕에게 맡겼다.
신임 J T 왕 사장은 에이서의 비대한 자회사조직이 시장변화에 신속히 반응하도록 벤큐, AU옵트로닉스 등을 독립시켰다. 이같은 구조개편은 큰 효과를 거둬 지난해 에이서는 매출 1530억 달러(타이완달러), 2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 신문은 스탠시 회장이 오는 12월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 예정이며 PC제조로 신화를 이룬 에이서 그룹이 서비스 공급업체로 변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