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시장의 번호이동성 가입자 유치전이 마침내 벼랑끝 요금경쟁으로 치달았다.
KTF(대표 남중수)는 기본료를 포함해 월 10만원의 정액요금으로 휴대폰 음성통화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무제한 정액 요금’을 13일부터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월 7만원대 안팎에서 최고 20시간까지 무료 통화가 가능한 요금상품은 있었으나, KTF의 경우처럼 월 10만원에 아예 사용시간의 제한을 없앤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요금경쟁력’을 앞세운 이동전화 3사의 번호이동성 마케팅 전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KTF의 파격적인 요금상품에 SK텔레콤·LG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KTF가 고강도 요금상품을 전략적으로 출시한 이유는 SK텔레콤의 우량 고객(다량 통화자)를 집중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이동전화 3사의 가입자당 월평균 통화료(ARPU, 기본료+음성통화)는 SK텔레콤·KTF·LG텔레콤이 각각 3만612원, 2만5497원, 2만2118원으로 KTF와 SK텔레콤 간에 5000원 이상 통화료 격차를 보였다.
이에 대해 경쟁사들은 이번 KTF의 무제한 정액요금제가 결국 이동전화 업계를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가계 통신요금 부담이 큰 상황에서 다량 통화자들의 ‘통신과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데다, 네트워크에 대한 추가투자나 접속료 부담으로 인해 사업자들의 수익성도 동시에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까지 요금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소량 통화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있다”면서 “오히려 비정상적인 통화행태를 부추겨 결국 시장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동전화 3사 모두 올들어 약정할인제를 도입, 7만원대에서 월 24시간 무료통화까지 제공하는 등 요금을 낮춘 상황에서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요금상품을 출시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입자들을 현혹시킬 우려도 있다고 문제삼았다.
LG텔레콤도 이번 KTF의 무제한 정액제를 정면 공격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가입자 1000만 이상인 KTF도 사실상 준지배적 사업자로 규제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면서 “사업자 모두 공멸할 정도의 요금 상품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KTF측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통화패턴을 적극 수용한 고객 위주의 요금프로그램”이라며 “이같은 맞춤형 요금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TF는 이번 무제한 정액제를 오는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한편, 13일부터는 자사 동영상 프리미엄서비스인 ‘핌’ 신규 가입자에게도 가입 시점부터 5개월간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KTF의 무제한 정액제에 대한 시장 반응을 지켜본 뒤 동참여부를 신중하게 검토중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