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마트카드` 선도국 도약 조건

 한·중·일 3국을 주축으로 아시아를 단일 스마트카드 통화권으로 묶기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고 한다.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출발했지만 시스템이나 기술력에선 여느 국가보다 앞서 있으면서도 국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애를 태웠던 스마트카드업계로서는 가물에 단비 만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실크로드 카드’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에 우리가 규정한 ‘표준SAM’을 전자화폐의 기준으로 채택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봄으로써 한국이 국제적 기술 선도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단일 표준으로 일본에서 그리스를 거쳐 지중해 인접국까지 연결하려는 이 사업에는 1차로 한·중·일 외에 홍콩과 싱가포르도 참여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한국전자지불포럼 등 3국의 관련 민간단체들은 ‘실크로드카드’를 5개국에서 통용할 수 있는 전자여권의 일종인 통행카드 형태로 우선 보급키로 하는 한편, 여행객 지불 결제 호환카드까지 개발해 각국이 ‘실크로드카드 에이전시’를 통해 요금을 매일 정산할 수 있도록 실시간 국제통화체계를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아시아 국가들이 스마트카드 분야에서 세계표준을 선점함으로써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는 세계 스마트카드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카드는 신분증은 물론 교통, 신용카드 등 전자화폐의 기능까지 갖춘 다양한 쓰임새를 자랑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단말기의 호환성 문제로 보급에 실패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애로를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전자지불포럼 등 관련 단체와 업체들이 힘을 모아 국내 표준인 ‘표준SAM’을 개발, 올해부터 신교통카드와 금융IC카드 등에 채택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실크로드 카드’ 프로젝트는 스마트카드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었던 우리나라의 전자여권 및 전자주민증제도 등 해묵은 난제 해결에도 새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호재가 없었던 국내 스마트카드업계가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기술력 우위를 앞세워 본격적인 수출에 나서는 등 시장이 크게 활기띨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부풀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교통카드 활용국이다. 신교통카드나 고속도로 요금징수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적용되는 스마트카드 지불보안 응용모듈이나 운용시스템 기술은 물론, 반도체와 부가적인 카드 관련 노하우 모두 부가가치가 높아 차세대 수출 효자가 될 유망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실크로드카드’ 프로젝트의 진정한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스마트카드시장의 활성화와 파이를 키워나가려는 정부와 업계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싱가포르가 전자화폐 사용으로 한 차원 높인 신용사회를 조기에 정착한 것이나, 유럽 국가들이 전자화폐로 투명 행정과 예산을 절감한 것 등 외국의 성공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국내 스마트카드시장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도 시장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전자주민증 도입 실패 등을 교훈 삼아 스마트카드 사용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감이 불식되도록 제도적인 보안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아울러 전자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전자화폐 사용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 다각도로 정책에 반영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