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포항가속기의 위상

 올해는 포항가속기연구소가 10주년을 맞는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해다. 열악하기 짝이 없던 우리의 기초과학 분야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시작한 제 3세대 방사광 가속기 건설은 지난 91년 4월 착공, 3년 반만인 지난 94년 10월 2.0G전자볼트(eV) 전자빔 100mA 저장에 성공하고 지난 94년 12월 완공에 이르게 됐다. 그때의 감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 포항방사광가속기는 가동 10년째를 맞아 한국 과학 기술계에 가장 중요한 국가적 중추 기간 시설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20기의 빔 라인을 갖추고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 받는 연구 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으며 그 숫자도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제 3세대 방사광원으로 확고한 위상을 세워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린 한해였다고 본다. 지난 11월에는 파인세라믹, 고분자 재료, 나노 소재 등 각종 재료의 특성을 짧은 시간에 분석하거나 광학 부품 표준을 효율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연 X선 흡수 분광 빔라인이 국내 최초로 구축돼 올 6월부터 일반 사용자에게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이번에 완공된 빔 라인은 에너지 영역이 50∼2400eV로 실리콘 소재분석이 가능해 기초연구에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초에는 나노산업기술연구조합과 극자외선 노광 빔라인 건설 및 운영 협약식을 가짐으로써 65나노미터 이하 차세대 노광기술을 국내 기술로 개발,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가속기연구소는 이번 협약으로 향후 극자외선 노광기술용 마스크 및 레지스트 개발·평가를 위해 ‘빔라인’과 ‘노광평가설비(exposure tool)’를 갖추게 된다. 특히 지난해 8월 중국 고능물리연구소(IHEP)와 교환한 공동연구 및 기술교류 양해각서(MOU)는 양 연구소간 방사광 및 가속기 시설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협동연구 및 개발, 학술연구에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의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센터(SLAC)와 연구 활성화를 위한 연구교류 및 기본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서로가 가진 방사광 관련 기술을 교류하고 시설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협력관계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같은 성과는 역시 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와 꾸준한 재정적 지원, 포항공대 재단의 성원, 여러 연구소 연구원들의 피땀어린 노력과 헌신 그리고 방사광 이용자와 이용자 협회의 협조와 격려에 힘입은 매우 소중한 결실이라고 본다.

 이로써 포항가속기연구소는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와 함께 최첨단 연구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또 국내에서도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한해이기도 했다.

 올해는 더욱 성능이 향상된 빔라인을 가동해 제 3세대 방사광의 본격적인 활용에 돌입하게 되며 이에 걸맞은 빔라인 운영과 지원 그리고 그 결과에 기대가 모아진다. 아울러 가속기 준공 10년을 맞으며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포항방사광가속기 안에 우리 조국의 미래가 있기 때문에 결단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10년 후의 포항가속기의 모습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을 때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가 있고 과학기술에 조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본다.

◆백성기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 소장 sgbaik@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