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활력 챙기기 나선 노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여러 국정현안 가운데 서민생활개선과 경제활력 회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실천방안까지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면서 정치권에서 제안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 회의’를 열어 범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규제완화·투자환경 개선과 관련해 “정부내 분산돼있는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산업정책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국가 전체의 혁신역량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있는 발언이다. 2만달러 시대를 향한 기술입국, 인재입국으로 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원인이 정부내 있다고 진단하고 그동안 처방전으로 제시됐던 기술부총리제 도입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또 “고용 흡수력이 큰 중소기업과 벤처산업이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인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해 벤처산업에 대한 지원 입장을 명확히 했다. 벤처기업 입장에서 보면 큰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민생안정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둔 국정운영 방침은 올바른 방향 설정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예산을 조기에 집행해 경기가 빨리 살아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대목은 각오까지 읽혀진다. 하루 하루가 살기 힘든 서민들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고 있는 때에 경제부터 챙기려는 대통령의 의지는 백번 옳은 일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제시한 노사관계 안정, 일자리 창출, 국가균형발전 등 그동안 우리경제의 걸림돌이 돼온 구조적 난제들이 해결된다면 국가경쟁력이 획기적으로 제고되고 선진경제 진입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대통령의 각오와 선언이 실천으로 이어져 경제가 살아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러나 국민과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생각과 행동이 겉돌고 있는 현재로선 그렇게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이번에 제시된 경제 활력 해법들이 대부분 새로운 것이 아니며 정책당국으로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누차 발표된 것이어서 국민들이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도 많다. 또 노 대통령이 출범 1년간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이번 노 대통령의 경제 챙기기가 ‘혹 총선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만큼 이제 실천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노 대통령이 “변화의 과정을 혼란과 분열로만 보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만큼 당장 사분오열되어 있는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쇄신 조치를 통해서라도 실추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또 대통령 말대로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 챙기다 보면 일시적인 경기부양에 그치거나 단순히 예산만을 투입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 마인드를 촉진시킬 수 있는 규제완화나 투자환경개선 등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던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만 왕성한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고 투자가 활력을 찾아 일자리도 창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