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안정, 그리고 희망.’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정책적 비전은 명확하다. 하루빨리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 국민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누릴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치보다는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겠다는 것도 그 일환이다.
대통령이 조만간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재계 총수들을 직접 초정해 오찬을 함께하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요청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노 대통령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안정된 질서로 정착시켜 새로운 희망을 꽃피워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온갖 힘을 쏟는 대통령. 국민 모두가 바라는 대통령으서의 당연한 모습이다. 그런대도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국민앞에 직접 나와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하고 또 이 당연한 사실이 뉴스가 된다.
그만큼 대통령을 둘러싼 최근의 주변 상황들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당연한 임무조차 충실히 수행하지 못할 만큼 복잡 미묘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번 연두 회견에서도 노 대통령은 정작 ‘민생과 경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분야별로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은 주로 정치와 외교·안보 현안들에 집중됐다.
그래서인지 기자 회견장에서 경제·민생에 노력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선언은 마치 ‘이제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민생 현안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발 도와 달라’는 호소처럼 들렸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연설 첫머리에 그동안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 등을 직접 언급하며 “그러나 길고 어두웠던 터널도 이제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며 “밝은 희망의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더이상 민생·경제 챙기기와 같은 당연한 주제가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희망과 비전이 새로운 화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보사회부·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