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계 "유기EL로 자존심 회복"

도호쿠파이어니어 등 본격 양산

 ‘차세대 액정 시대의 문은 우리가 연다.’

 액정(LC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일본 디스플레이업계가 차세대 모델인 ‘유기EL’로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일본업계가 아직은 미완의 대기로 불리는 유기EL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양산화 기술이 관건인 이 시장뿐만 아니라 향후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 변화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15일 동북파이오니아, 산요전기, 소니 등 일본 관련 업계가 오는 2007년 유기EL 세계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 업계는 LCD보다 밝고 가볍다는 장점을 가진 중소형 화면용 유기EL의 특성을 살려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제품 생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세계 출하액이 약 300억엔에 그친 중소형 유기EL 시장이 오는 2007년 무렵 3000억엔대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초로 유기EL 양산화에 성공한 바 있는 동북파이오니아는 99년 개발한 패시브형 모델에 이어 지난해부터 휴대폰용 풀 컬러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현재 누계 1000만장을 돌파한 상태며 올해부터는 양산 규모를 확대한다.

 산요전기도 미국 이스트만코닥과 공동으로 설립한 ‘에스케이디스플레이’에서 지난해 3월부터 ‘액티브형’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 코닥이 생산하는 디지털카메라용 디스플레이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소니는 올 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지난해 90억엔을 들여 도요타유기와 공동 설립한 자회사에서 월 30만장(2인치 환산)을 생산, 자사 휴대폰 등에 장착할 예정이다.

 이밖에 도시바와 마쓰시타전기의 합작사인 ‘도시바마쓰시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도 올해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유기EL은 미세한 화소 자체가 발광해 화면에 표시되는 방식으로 LCD보다 훨씬 선명한데 특히 디스플레이 배후의 형광등(백라이트)이 필요없어 측면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

 단지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유기EL 제품의 수명이 6000∼1만 시간에 불과해 6만 시간에 달하는 LCD 수명보다 크게 뒤지는 것이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 업계는 시장이 형성되는 2007년 무렵까지는 중소형에 집중하고 향후 TV용 대형 제품도 양산할 계획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