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제소가 난무했다. 이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고객쟁탈전이 직접적인 원인이나 사소한 이유로 툭하면 제소하는 것은 무분별한 선전활동과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5일 통신위와 공정위에 따르면 번호이동성 제도 실시 이후 이통사간 통신위 제소건수는 7건, 공정위 제소건수는 4건으로 총 11건에 달했다.
휴일을 빼면 거의 하루에 한 번 꼴인 데다 한 건 내에도 여러 위반행위를 동시에 지적해 사업자간 갈등과 견제가 깊은 골을 팠다.
KTF(대표 남중수)는 SK텔레콤을 상대로 △번호이동성 신청자에 대한 역마케팅 행위 △전산장애 등 번호이동 방해행위와 SK텔레콤 네트워크를 알리는 일명 ‘통화품질실명제’ 등 2건을 통신위에 △소비자가 바나나 알맹이를 버리고 껍질을 먹는 ‘바나나광고’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LG텔레콤(대표 남용)도 SK텔레콤을 상대로 △체납요금 수납거부행위 등을 통신위와 공정위에 각각 한건씩 제소했다.
통신위 4건, 공정위 2건으로 가장 많은 제소건수를 기록한 SK텔레콤(대표 표문수)은 통신위에 KTF와 LG텔레콤의 △약정할인과 보조금 연계 △전환가입자 우대조건 제공 등을, 공정위에는 LG텔레콤의 △상식이 통하는 011 광고 등을 문제삼았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년 동안 통신위에 2건, 공정위에 1건을 제소했고, KTF는 통신위나 공정위 제소가 한건도 없었다. 불과 보름 만에 지난 몇년치를 제소한 셈이다.
통신위 관계자는 “지난해엔 시장 침체로 사업자들이 제안서를 내기 바빴지만 올해는 툭하면 제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치동 정통부 이용제도 과장은 “정통부가 원칙을 고수해 번호이동성 시행 열흘을 넘기면서 문제가 대부분 해결 국면으로 들어섰다”며 “이미 시장 이슈만 남아있을 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선 이러한 제소 남발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으며 일부 업체는 선전의 차원에서 제소하는 경향도 있어 앞으로도 끊이질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KT의 재판매 참여가 본격화하면 또다시 제소·맞제소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KT, 하나로통신 등 유선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인터넷 대란 피해 보상결정에 불복, 소비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어 올해 통신시장은 연초부터 살벌한 분위기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SKT 대 KTF·LGT 구도 상호 갈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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