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좀 나아질까요.”
갑신년 새해 부산지역 정보기술(IT)분야 기업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어 “별 수 없겠지요”라는 자포자기식 답이 스스로 튀어나온다.
“지방분권시대니 뭐니,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등의 구호가 모두 공염불처럼 들린다”는 이 지역 컴퓨터 주변기기제조업체 L 사장의 정부 정책 원망은 체념을 넘어 거의 분노 수준이다.
부산지역 IT경기는 실로 최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IT업체 10곳 가운데 8곳이 올해 경기가 비관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도 미흡한 상황에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IT 수요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미리 집행하지 않겠냐는 데 기대를 거는 기업 경영자들도 상당수 눈에 띤다. ‘밑돌을 빼어 위에 괴는 처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업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속수무책이었던 예년과 달리 부산 IT 기업들은 올해에는 ‘무기’가 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부산 ITU텔레콤아시아 2004’다. 교과서적 얘기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이 행사에는 ‘경제 효과 2000억원’이라는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이득 외에도 여러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우선 부산의 첨단 기술력을 세계에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게다가 적어도 수만명에 달하는 손님들 앞에서 업체들이 ‘장기’를 내보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다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조사로 돌아가 보자. 부산지역 IT기업 42%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ITU텔레콤은 구태여 바깥으로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해외 손님들의 눈을 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비단 부산지역 업체들에게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은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있는 것’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기다.
<부산=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