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휴대폰 표준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발에 전격 합의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와 SK텔레콤(대표 표문수)은 18일 SK텔레콤이 주도하는 단말기 UI 개발에 그동안 참여를 거부해온 삼성전자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표준 UI는 지금까지 제조사와 모델별로 다르게 적용됐던 휴대폰의 메뉴체계, 메뉴 사용방법, 버튼 적용 방식, 메뉴상 그래픽 등을 통일시켜 기종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표준화된 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팬택·SK텔레콤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이동통신단말기 제조사와 지배적인 이동통신사업자가 공동으로 표준 UI의 개발에 나서게 돼 본격적인 표준UI 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배경·의미=일단 삼성전자가 고객사인 SK텔레콤의 주문을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SK텔레콤이 처음으로 내놓은 표준UI 탑재요구에 “표준UI가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SK텔레콤 또한 잠정적으로라도 삼성측의 UI 모델을 상당 부분 수용,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 내수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소화하는 삼성의 최대 고객이나 다름없고, SK텔레콤 또한 시장지배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삼성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SK텔레콤 단말기 표준 UI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SK텔레콤 고객들은 단말기 제조사에 관계없이 똑같은 UI를 사용하게 됐다”며 “내년 초에 삼성전자 휴대폰에 표준 UI가 탑재돼 사실상 표준UI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SK텔레콤이 제시한 표준UI에는 LG전자·팬택&큐리텔·SK텔레텍 등이 참여해 신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의 ‘일방적인 처사’에 반발, 독자적인 UI개발 및 제품 위주의 비즈니스를 천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가 SK텔레콤의 표준UI 개발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이들 업체는 물론 주문자상표부착(OEM)·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의 내수에 참여하는 많은 휴대폰업체들 또한 표준UI 대열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제조부문의 강자와 서비스 부문의 지배적사업자가 표준UI 개발에 협력함에 따라 이들 사업자가 주도하는 UI가 우리나라 표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고의 기술력을 자부하고 있는 삼성전자측이 SK텔레콤측의 의도대로 표준UI를 순순히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국내 휴대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참여하기는 하지만 단계적으로 SK텔레콤의 휴대폰 표준UI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합의와 별개로 독자UI 개발 및 제품개발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면적인 합의는 아니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SK텔레콤측에 삼성측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 타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독자적인 UI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제품에 반영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두 회사의 이번 합의는 이후 진행관계를 봐가며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만큼 변수가 많으리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시장 점유율을 가진 두 회사의 표준UI 개발 합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시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앞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KTF와 LG텔레콤의 표준UI 개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