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신용카드가 휴대폰 속에’라는 표현으로 처음 태동했던 금융·통신 융합서비스가 올해는 생활 곳곳에 파고 들며, 대중화를 선언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정보통신 기술 덕분에 모바일 금융거래(일명 m파이낸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상용화됐지만, 지금까지는 저조한 단말기 보급률이나 사용자 인지도 탓에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차별화를 내세운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마케팅 총력전이 펼쳐지면서, 이동통신과 은행·교통카드·포털 등 금융 부가서비스를 결합한 m파이낸스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거래 전용 단말기가 연말까지는 최대 500만대까지 확대 보급될 전망이어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가 본격적인 확산 일로에 접어들며 침체된 전통산업 환경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환경의 대중화=지난해까지는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휴대폰이 약 100만대 남짓 보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3300만명에 달하는 이동전화 가입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 하지만 올해는 SK텔레콤을 비롯, KTF·LG텔레콤 등 3개 이동전화 사업자가 모두 500만대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휴대폰 모델도 더욱 다양해져 사업자마다 최소 10종 이상의 금융거래용 단말기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휴대폰에 IC칩카드를 내장한 소위 ‘원칩’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모바일 금융거래의 취약점인 보안성 문제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해결했다.
SK텔레콤 하호성 팀장은 “마그네틱카드나 대면거래보다 오히려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면서 “가장 보편적인 휴대폰이 금융거래 용도로 차츰 확산되면 기존 금융거래 수단을 대체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또한 휴대폰과의 ‘원격거래’가 가능한 신용카드 가맹점용 단말기도 SK텔레콤이 연내 4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는 한편, KTF·LG텔레콤은 올해말까지 20만개 가맹점에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모든 은행이 모바일로=물리적인 인프라 외에 대폭 늘어나는 금융거래 채널도 이용환경을 개선시킬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의 뱅크온이 물꼬를 튼 은행·이동통신 제휴서비스는 상반기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은행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우리·신한·조흥은행에 3월 1일부터 모바일 은행서비스를 상용화하고, KTF는 2월 17일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상반기중 한미은행·농협·대구은행으로 확산시킨다. LG텔레콤도 국민은행에 이어 상반기내 제일·기업은행으로 서비스를 확대 적용한다.
특히 지금까지 개별적인 기술규격으로 제각각 개발, 출시됐던 이동전화 3사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최근 은행·사업자 모두 호환을 추진키로 합의함으로써 연내에는 대부분의 시중은행 서비스를 휴대폰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층 다채로워진 서비스=지난해말 LG텔레콤의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출시된 데 이어 올해는 휴대폰이 구현하는 금융거래 종류도 교통카드·포털(온라인금융거래) 등으로 더욱 다양해진다. SK텔레콤은 다음달부터 휴대폰 칩카드에 선불카드 기능을 내장, 무선으로 충전하고 휴대폰을 교통카드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또 하반기부터는 후불신용카드 기능도 추가해 올해 m파이낸스 사업의 핵심 킬러앱으로 교통카드를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KTF도 2월중 출시하는 모바일뱅킹 단말기에 신용카드·체크카드·교통카드 기능을 모두 구현해 SK텔레콤과 유사한 방식으로 수도권은 후불, 지방은 선불카드 형태의 교통카드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로 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오는 4월경 모바일 금융포털 전용 휴대폰을 선보여 새로운 사업모델로 대대적인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른바 퍼스널핸디포털(PHP) 기능에, 100여가지 금융서비스를 탑재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모바일 금융포털 서비스를 구상중이다. KTF 윤철민 과장은 “올 하반기까지는 m파이낸스 서비스를 위한 모든 인프라가 눈에 띄게 확충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멤버십·티케팅·상품권·의료정보·ID 등 다양한 부대시장이 서서히 열려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