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일보다 극일을

 연초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망언을 하는 등 신군국주의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불황에 시달려온 일본 산업계가 올해 아시아 시장을 발판으로 과거의 영예를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인들은 올해가 일본 경제 회복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카메라 폰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와 LCD패널 부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후지쯔는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후지쯔 전자부품 분야의 해외 매출 비율은 내수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후지쯔는 무엇보다 아시아 시장 영향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홍콩을 중심으로 한 영업망에 최근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서울, 도쿄를 잇는 동아시아 벨트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최근 90nm 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것은 물론 65nm 공정 개발 파일럿 라인을 만드는 등 첨단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내수 시장이 협소한 우리나라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등한시했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개척 의지는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우리와 다른 수준의 일본 제품이 ‘메이드 인 재팬’의 신화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바닥의 실력차가 그것이다. 그들은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부품과 소재에서 시작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망언으로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지금 단순히 망언에 대한 증오와 반일 감정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지금은 원천기술로 체력을 쌓은 일본 기업들의 공략에 대응해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실력을 쌓을 때다.

<도쿄(일본)=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