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이태백 구하기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에 이어 이제는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의미에서 ‘이태백’이란 말이 유행이다. 청년실업률이 공식적으로 8%를 넘어섰으니 취업을 위해 학원 등을 다니는 비경제 활동인구를 포함한다면 청년 취업난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설은 다가오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은 이제 자식이 대학을 졸업하며 처음 사올 내복을 기대하고 있을 텐데,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청년들이나 자식 걱정에 밤잠 못 이룰 어머니들이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청년 실업자의 특성상 청년층이 한번 사회 진입 시기를 놓치면 취업기회는 점점 어려워진다. 실업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드는 것이고, 경력이 없으니 경력직으로도 갈 수 없는 상태, 말 그대로 사회에서 내몰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가운데서도 이공계 청년 미취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적 파장이 더욱 크다. 이공계 미취업이 확대돼 이공계 교육의 공동화로 이어진다면 기술의 대외의존도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차세대 성장 동력까지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 더구나 세계 제조업의 블랙홀인 중국의 추격을 생각하면 ‘경기가 좀 나아지면 해소되겠지’ 하는 안이한 기대를 할 형편이 아니다.

 최근의 이공계 위기는 산업구조의 전환, 치열한 세계적 경쟁 여건 등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우리의 인력양성 시스템이 고도 성장기에 구축된 보편적 기술인력의 양적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즉 교육제도, 산학협력, 보상체계 등의 변화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것이다. 이에 덧붙여 외환위기 이후 이공계 출신의 고용 안정성과 미래의 발전성 등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공계 위기에 대한 해법은 우선 급한 불을 끄는 응급조치와 더불어 구조적, 장기적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우선 단기 대증적 요법일지라도 장기적으로도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 예를 들어 공대출신 CEO들이 대학생들에게 축적된 산업현장 경험과 지식, 경영마인드를 전하는 CEO 공학교육지원사업, 이공계생들의 전공과 관련지어 이공계 미취업자들에게 소정의 교육비를 지급하면서 정부관련 연구소 등을 통해 현장 실무능력을 키워주는 연구현장교육연수사업, 졸업을 앞둔 이공계생들에게 졸업논문 대신 실제로 설계부터 제작까지 스스로 해보게 하는 종합설계(capstone design) 사업,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실습을 하고 그걸 대학학점으로 인정받게 하는 학점제 인증사업, 지방대 출신의 석·박사들과 지역기업을 연계해서 상호 발전을 모색하는 석·박사 연구인력양성사업 등에 대해 정부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이공계 출신들을 기술 장교나, 연구소 근무 등을 통해 병역을 대신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시행하고, 각종 장학금 등을 신설 확대해 이공계 공부를 하는 가운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신용카드 사태에서 ‘단기적인 소비 진작이 실질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부작용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는 교훈을 얻었듯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공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고용확대를 수반할 수 있는 제조업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제조업, 그 가운데서도 특히 IT와 BT 등 첨단산업과 융합된 2.5차 산업 발전만이 현재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든 조치들, 예를 들어 R&D 투자의 특화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 공장증설이나 신설시의 각종 규제책 완화 및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또 대학도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현장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기업 및 정부도 대학교육이 현장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기업은 대학 교육의 질만 탓할 것이 아니고 발 벗고 나서서 교육과정에서의 산·학 협력을 뒷받침하고, 교육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면으로 지원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hecho@kote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