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산자부의 200대 기업조사 뿐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600대 기업 조사에서도 투자증가율이 22.8%, 17.1%로 두 자릿수정도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증가율 24.3%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며 지난해 7.6%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경영 현장에 있는 기업인들의 투자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체감 지표여서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올해 경기회복 가시화 등 투자 환경을 좋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정부의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면 투자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재계가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을 계기로 그동안 움츠렸던 설비투자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경제의 조기회복 기대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때문에 최근 2, 3년동안 투자를 기피해온 것이 사실이다. 기업이 투자를 기피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수출이 늘어나면서 추가 투자 수요가 있어도 정책 일관성 미흡 등 경영환경 변수들로 인해 본격적인 투자를 미뤄왔다. 설비투자를 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기업이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적절한 투자 타이밍을 놓칠 경우 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동안 기업투자가 위축됐던 점에 우려를 누차 표시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올들어 기업 투자 환경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기는 하다. 기업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노사불안 문제가 대화국면으로 진행되고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를 촉구할 정도로 노동정책의 변화까지 감지돼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정책일관성 미흡 등 그동안 투자를 막고 있던 불확실성과 애로 사항들이 해소될 경우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올해 설비투자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투자계획에서 대기업의 투자는 증가세로 반전한 반면 중소기업은 투자규모가 8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경제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때문에 대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중소기업 및 서비스 분야로 확산시키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투자는 경제를 돌리는 원동력이다.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올해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할 경우 12만7000여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 계획 4만5000명보다 약 3배 많은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요즘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실업은 실업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향후 국가 경제 성장을 주도해 나갈 핵심 인력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쳐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엉뚱한 악재가 돌출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기업들의 설비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특히 투자와 고용창출의 주체는 기업인 만큼 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의욕을 제고해야 한다. 재계와 대통령의 오찬 등으로 불확실성은 많이 해소됐다고 하지만 실제 각론에 들어가 행동에 나설때면 인식차와 이견이 나타나곤 했던 점을 감안해 정부가 그간의 약속을 실천에 옮겨 기업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