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e메일을 열어보지 않다가 오랜만에 인터넷에 접속해보았다. ‘용량이 다 찼다’는 메시지가 목록에서 제일 상단에 올라 있었다. 수백개의 스팸메일이 자리를 차지한 때문이었다.
아예 화면을 끄려고 아이콘을 누르려던 순간, 외국에서 보내온 친구의 이름이 보였다. 도착한 지 20일이 지난 것이었다. 스팸메일때문에 하마터면 이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낭패를 볼 뻔 했다.
개인적으로 회사 e메일을 비롯해 웹호스팅업체에서 제공하는 e메일 등 몇 개의 e메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e메일을 열어보지 않기 시작했다. 광고와 스팸메일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루에 수백 개씩이나 들어오는 스팸메일을 지워내는 것도 성가신 일이다.
내 경우에도 웹호스팅 업체의 ‘스팸메일 걸러내기’를 이용하여 원하지 않는 e메일의 어느 정도는 별도의 저장공간으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백 개의 스팸메일로 인해 2∼3일 만에 용량이 거의 차지하기 때문에 더 이상 메일을 받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불필요한 것을 지워낼 때마다 이를 감수하고 계속 e메일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지 한심스럽다.
e메일의 역기능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대책과 법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스팸메일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 활개를 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스팸메일을 줄이고자 ‘메시지규칙’에 e메일과 문자를 설정해 놓아도 코드를 바꾸거나 기호를 바꾸어 보내는 교묘한 방식이 새로이 등장한다. 광고메일일 경우 제목 앞에 ‘(광고)’, 제목 뒤에 ‘@’를 붙이게 되어 있음에도 스팸메일 발송자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묘하고 지능적인 수법으로 제목을 위장하는 스팸메일이다. ‘결제계좌 내용입니다’ 등의 제목으로 온 메일을 열어보면 음란광고 화면이 열리기 일쑤다.
방송과 신문 그리고 사회단체에서 스팸메일방지를 위한 운동을 벌이고 규제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러한 메일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e메일의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에 대한 고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신건강을 해치며 사회의 암적인 요인으로 자리잡은 스팸메일에 대한 강력한 대응법규 마련과 해결책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 광명시 철산 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