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개부처 장관 모임

 지난 26일은 우리 경제계에 상당히 의미있는 날로 기록될 것 같다.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3개 기술 관련부처 장관이 하루에 2번씩이나 한자리에 모여 재계와 산업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댄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명 과기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고 여러 모임에서 이들 3부처 장관은 몇차례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엇박자를 지속한 3부처 장관의 만남이 하루에 두 번, 그것도 모두 3부처간에는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산업·기술정책, 기업정책과 관련된 일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은 집중됐다.

 이날 첫 만남은 오후 3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제계 기술혁신 촉진을 위한 민·관 정책간담회’ 자리에서다. 엄청난 취재열기를 본 이희범 산자부 장관이 “얼마나 이런 자리가 없었으면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모였을까”라고 던진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자리는 사실 첨예하게 대립하는 3개 부처 장관이 산업정책 수요자인 기업(경제5단체)들과 함께 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실제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상의회장 4년만에 3분의 장관과 같이하는 자리가 처음인데 저보다 오래하신 회장님(김재철 무역협회장을 지칭) 기억에는 있으신가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이날 또 한번의 만남은 산업기술재단과 공학한림원이 마련한 ‘제54회 CEO포럼’에서다. 고건 총리를 비롯해 300여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3부처 장관들은 주제 발표자인 박용성 회장이 “우리나라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을 천명하지만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부 규제는 건드리지 않고 심지어 새 규제를 양산하기도 했다”는 껄끄러운 지적을 함께 경청하기도 했다.

 3부처 장관의 만남은 매번 ‘서울대 전자공학과 트리오’의 수식어가 붙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대 전자동문회가 그랬고 26일 두번의 모임이 또한 그랬다. 조만간 부총리 부처로 격상될 과기부를 중심으로 이들 3부처 장관의 만남은 더 잦아질 것이 확실하다. ‘이렇게 내실있는 간담회는 처음’이라는 한 재계 인사의 말 처럼, 몰고 다니는 화제 만큼 내실있는 만남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