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카피는 그 시대 사회적인 심리를 절묘하게 포착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툭 던지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마음 속 깊이 화살 하나를 꽂아놓는 광고 카피들이 있다. 한때 우리 대중사회의 키워드로 꼽히기도 했던 ‘부자되세요’가 그중 하나다. 이 카피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은 어려웠던 상황에 한가닥 희망을 거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즘에도 이처럼 사회적인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한 TV광고 하나가 주목을 끌고있다. ‘부자되세요’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여자 주인공이 중고 가전매장 주인에게 “좋은 뉴스만 나오는 TV는 없나요”라는 다소 엉뚱한 주문을 하지만 결국 ‘좋은 뉴스만 나오는 TV’를 구해 ‘기분 좋은 뉴스’를 듣는다는 동화 같은 내용의 광고다. 물론 ‘좋은 뉴스만 나오는 TV’는 실제로 있을 리가 없다.
내용이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최근처럼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빚어지는 혼란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대변해 준다는 점에서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지난해를 돌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말 좋은 뉴스만 나오는 TV나 신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이라크전, 사스, 경제난 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지난해에 일자리가 약 4만개나 감소했다는 것이 어려운 상황을 대변한다고 본다. 경제불황은 말할 것도 없고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 만연, 소득분배구조의 악화가 왜 일어났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온통 백수들로 차있다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했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새해들어서도 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설 연휴에 일어난 ‘여대생 장발장’사건은 ‘이태백’의 실상을 말해주는 듯하다. 한국경제가 부(富)는 증대되는데 일자리는 부족해지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나쁜 뉴스만 더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는 당연히 ‘일자리 창출’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올해 모든 경제운용의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한 후 ‘공공부문 일자리 8만개’(김진표 경제부총리), ‘21만개 일자리 신설’(손학규 경기지사), ‘2007년까지 정보기술분야에서 30만개의 일자리 창출’(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 실업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재계도 일자리창출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각적인 고용확대에 나선 것은 물론이다. 총선을 의식한 것인지 몰라도 정계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몫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공약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재계의 노력에 대해 큰 기대도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나가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정부가 ‘기업의 기(氣)살리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불황에다 대선 자금 조사로 한껏 움츠려야만 했던 기업에게 이제는 의욕을 북돋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역동성 있게 활동할 때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지고 그래야 경제도 살아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금 우리기업에 있어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기업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정책 제시만큼 더 이상 좋은 뉴스가 없을 듯하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고 구호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실천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이제는 기업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줄 정책이 진짜 필요한 시점이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