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올해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성장률이 12.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예측 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지난해 말 관련업계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내놓은 올해 예측성장률 9.5%에 비하면 3%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수출은 무려 24%나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계 IT경기 회복 기대감 확산, 이동전화단말기·PC 교체 수요와 이에 따른 반도체·LCD모니터 등의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을 성장 근거로 내세웠다.
무엇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통신산업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두자릿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어려운 경제환경의 가장 확실한 돌파구는 정보통신산업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이 오는 2008년까지 연평균 12.3%의 고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KISDI는 전망했다. IMT2000 등 차세대통신서비스 도입과 무선인터넷·포스트PC·디지털방송 등 미래 성장산업이 점차 뿌리내리면서 이를 뒷받침할 기기 및 부품 성장세를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둔화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러한 성장세는 정보통신산업이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보통신산업이 실질GDP 증가의 30% 이상을 차지한지 오래됐고 특히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로 우리 경제의 1만달러대 재진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구증가율 둔화 등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성장 패러다임 한계 등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목표인 국민소득 2만달러대 달성을 정보통신산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0대 신성장 동력 가운데 8개가 정보통신산업이라는 것이 이를 대변해준다.
그렇다고 우리 정보통신산업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출 규모가 크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동전화단말기·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다. 특히 세계 경제 회복에 발맞춰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 품목의 수출을 한꺼풀만 벗기면 비참한 현실이 드러난다.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이 별로 없고 부품·소재·장비 모두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에 수출되는 이동전화 단말기 가운데 요즘 두각을 나타내는 카메라폰 등 첨단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70% 정도가 외국산이다. 세계시장에 내놓고 있는 한국 수출상품은 말이 좋아 한국산이지 사실은 무늬만 한국 제품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반도체도 설비투자비의 70%에 이르는 제조장비를 일본에서 사들이는 데 갖다바치고 있다. 내수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수출 호조가 국내 경기 회복으로 뚜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수술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외형만 좋을 뿐이지 실속은 없는 꼴이 된다. 기술종속국으로서만 계속 남아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허수아비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정보통신산업이 우리 경제의 먹을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양적 팽창 못지 않게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