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기술평가와 M&A

 우리경제의 성장 내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소득 2만 달러를 향한 우리의 꿈이 8년째 답보하면서 성장잠재력 하락과 고용없는 성장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일 외에 질적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9%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 80년(-2.1%), 98년(-6.7%)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 또한 7%대를 유지해 오다 소득 1만달러 달성시점인 96년 5%대로 추락하더니 최근에는 4%대에 진입했다. 문제는 향후 철저한 대처가 없을 경우 10년 내에 3%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데 있다.

 더욱이 성장내용을 보면 고용창출이 낮은 IT업종을 비롯해 어느 정도 공장자동화가 이뤄진 자동차·반도체·철강·조선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어 매년 쏟아져 나오는 신규 노동력조차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는 지금 질적인 뒷받침없이는 성장도 기대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 못지않은 자본과 노동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 흔히 기술수준이 낮은 국가들이 빠지는 이른바 ‘비수렴함정’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총투자율은 지난해 26.1%로 미국(18.5%)·일본(25.6%)을 비롯해 대만·싱가포르보다 높지만 현저하게 낮은 기술수준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선진국이나 경쟁국의 50∼70%대에 머물고 있는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어진 자원이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되도록 새로운 전략수단이 모색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활성화 조짐을 보이는 기술평가와 인수합병(M&A)이야말로 적절한 대안이 아닐 수 없다.

 기술평가는 기술의 옥석을 구분해 ‘선택과 집중’의 논리하에 자원을 배분하고 기업의 혁신성을 높여줄 것이다. 또 자칫 사장될 수도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자극해 신산업 창출을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술평가가 가지는 긍정적인 기능은 우수기술의 사업화에 있다. 기술평가를 통한 창업은 이공계 인력의 창업기회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실질적인 고용증대와 함께 경제의 성장잠재력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다.

 M&A는 구조조정, 사업전개, 신기술 획득을 통해 기업이 당면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 상실과 퇴출로 잃게 될 경영노하우, 기술력, 영업망, 수출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기술평가가 신산업 창출을 선도한다면 M&A는 구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시켜 우리경제의 질과 양적 성장을 동시에 만족시켜줄 것이다.

 한편 M&A 업무는 이제 기반 구축을 끝내고 본격화하는 단계에 있다. 최근에는 M&A 정보망을 비롯해 기업구조조정회사, 투자기관, 법률·회계 등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아울러 공공기관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M&A 파이낸싱 기능도 갖추고 있다. M&A는 직접투자 이상으로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켜 만연돼 있는 비효율성을 개선시켜줄 것이다.

 금년들어 원자재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월단위로 보면 두자릿수 증가율은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예년 같으면 경기과열이 우려될 시점이지만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부 대기업이 생산하는 한정된 품목으로 특정지역에 수출해서 얻은 경기이기 때문이다.

 다수기업의 다양한 상품이 세계 방방곡곡에서 호평받을 때 비로소 우리경제도 선진국임을 자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우리경제는 파이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함께하는 경제의 질적구조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그 중심에 기술평가와 M&A가 있다.

 ◆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bongspark@ki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