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신제품 발표 행사인 ‘로터스페어 2004’를 현지 취재하기 위해 올랜도로 향하기 전에는 IBM의 5개 소프트웨어 사업 부서 중 일개 부서만의 행사라 그저 그런 신제품 발표회려니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곧 바뀌었다.
신제품은 그렇다 치더라도 족히 수천명은 됨직한 개발자들이 참가해 신제품과 신기술에 대해 열띠게 토론하고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들은 백여개가 넘는 각종 회의(세션)에서 자바, 인스턴트 메시징, 온라인학습(e러닝), 개발툴, XML, 웹서비스, 협업 등 컴퓨터 관련 신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활발히 논의했다. 이러한 열기는 행사가 끝나는 29일(현지시각)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기술이 IBM 제품과 연관된 것이었지만 기자가 당초 생각한 ‘조그마한 행사’에서 이처럼 수천명의 개발자들이 모여 신기술에 대해 열띠게 얘기하는 것은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계 컴퓨터업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IT기업의 원천과 힘’을 현장에서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문득 열악한 환경에서 신음하고 있는 한국의 개발자들이 떠올랐다. 대개발자를 꿈꾸며 내로라 하는 대학의 전산학과를 졸업, 회사에 들어갔지만 그곳에는 ‘개발’이라는 창조적 일 대신 관리 등 단순 작업만 존재하고 있다.
또 설사 운좋게 개발 일을 맡았다 하더라도 몇년을 가지 못한다. 프로젝트 기획 등 ‘거부할 수 없는 외도’가 개발이라는 그들의 꿈을 앗아간다. ‘IT 강국 코리아’가 그렇게 본받고 싶어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현 직책이 최고개발자를 일컫는 ‘최고소프트웨어아키텍트’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심심찮게 은행전산망 등이 먹통이 되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이를 자체 해결할 사람이나 부품을 제대로 못갖추고 우왕좌왕한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IT강국 코리아’로 알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개발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지 않는 한 ‘소프트웨어 강국 코리아’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해 본다.
<올랜도(미국)=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