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관련 대기업들이 올해 신규 채용인력을 작년보다 최대 30% 정도 늘리면서 이 가운데 80∼90%를 이공계 인력으로 뽑을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일자리 창출’과 ‘이공계 기피 해소’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주목할 현상은 정부에 이어 기업들이 이공계 인력 우대에 나섰다는 점이다. 최근 소폭 개각으로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등 산업기술 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두 이공계 출신으로 바뀌었고 엊그제 이뤄진 차관급 인사에서도 정통부 차관에 이공계 출신이 임명됐다. 정부의 이공계 출신 공직자 진출 확대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겨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에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이공계 출신 인력들을 대거 승진 발탁한 데 이어 올해 신규 채용 인력마저 대부분을 이공계 출신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기업도 이제 이공계 우대 분위기에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눈여겨 볼만한 대목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최근 정부가 내놓고 있는 이공계 미취업자 고용기업에 대한 보조비 지원이나 신규 고용인력 1인당 100만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고용증대 특별세액공제 제도’ 도입 등 일자리 창출 정책과 맞물릴 경우 청년층 실업 해결대책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도 된다.
물론 기업들이 이공계 인력 채용을 늘리겠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연구개발(R&D)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정보통신·디스플레이 등 이른바 IT트로이카가 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를 떠받치는 성장동력이라는 판단에서 이들 부문의 R&D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기반기술을 해외로부터 도입하고 가용 자원을 응용기술 개발에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자, 반도체, 정보통신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앞으로는 기반기술 개발 능력을 기르지 못할 경우 장래가 암울하다는 점에서 대기업들의 이공계 인력 확충이 주목되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앞으로 인력채용의 기본 방침을 연구개발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눈에 띈다. 한마디로 사람과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무한경쟁시대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한 절박한 생존전략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수한 학생을 공대로 유인하고, 이들을 철저히 교육시켜 졸업 후 제대로 대접받도록 해야한다. 특히 대학교육과 산업현장과의 괴리가 많다는 지적이 기업에서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계가 원하는 수요맞춤 형태로 이공계 대학 교육을 바꾸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공계 기피나 이공계 대졸자 실업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직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있다. 의대 출신의 경우 일정 자격증을 획득하면 일단 평생 일자리와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반면 이공계 출신은 취업을 하더라도 신기술 습득 노력을 게을리하면 중도 탈락될 뿐 아니라 수입도 상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다. 설사 비교적 대우가 좋다는 대기업에 취업을 하더라도 기술계의 고질적인 패거리 학맥의 장벽에 막혀 특정 대학 이외의 사람들은 소외감과 의욕상실감에 빠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 일부 인사들의 주장이고 보면 기업 내부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