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휴대폰 시장을 잡아라"

신흥시장 100달러 안팎 수요 급증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의 성장 전망으로 국내업체들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가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먹을 수 있는 파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은 시장조사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보다 3000만∼1억대 가량 늘어난 5억1000만∼5억8000만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올해 카메라폰을 포함한 하이엔드 휴대폰 시장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선전이 예상된다”면서도 “100달러 안팎의 중저가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신흥시장을 잡지 못하고서는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가 시장 수요 증가=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는 중고가 시장보다는 저가 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판매 예측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교체수요 중심의 유럽과 미국에선 하이엔드 판매 비중이 높겠지만, 신규 수요가 대부분인 신흥 시장에서는 저가 단말기 일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견·중소업체들이 아직까지 메이저 시장인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독자브랜드 사업 강화를 위해 신흥 시장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저가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시장 개척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하이엔드 제품의 대명사인 삼성전자조차도 올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인도 등 일부 시장에 100달 초반의 저가 단말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노키아·모토로라 유리=역으로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약진할 공산이 커졌다. 100달러 안팎의 저가 단말기로 승부하는 이들은 신흥 시장의 약세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신흥 시장에서 ’제값받기’만을 고집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저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메이저 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직간접적으로 “올해 동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 집중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견·중소업체들이 이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된 것이다. 중견·중소업체가 삼성전자의 ‘미투(Me Too)’ 전략만으로 브랜드, 마케팅, 자본 등 모든 면에서 밀리는 세계 최대 메이저 업체와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가 시장 전략 마련해야=국내 업체들은 올해 경영전략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짰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사스 등으로 낭패를 보면서 올해는 철저하게 수익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제품은 하이엔드 일색이다. 비싼 제품을 팔아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시장은 반대로 가고 있다. 하이엔드 시장의 파이도 일정 부분 커지겠지만 여기는 세계적인 업체들이 즐비하다. 반대로 100달러 안팎의 저가 시장은 노키아와 모토로라, 중화권 업체 외에는 눈에 띄는 경쟁 상대가 없다. 특히 올해는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한 인도·러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돼 고무적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