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이지만 필자는 최근 컴퓨터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은행에 줄을 설 필요도 없고 구청 등에서 서류를 떼기 위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뒤늦게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이전에는 자식들의 컴퓨터를 배우라는 말에 ‘나이도 나이인 데 배워서 뭐하겠느냐’고 자식들을 타박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쑥쓰럽긴 하지만 그래도 편리함을 위해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에서 홍보하고 있는 전자정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주민등록증 등본을 직접 인터넷을 통해 찾고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다고 하니 동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줄을 서며 기다려야 했던 때에 비하면 엄청나게 편리해질 것 같다. 그동안 신문이나 TV를 통해 ‘전자정부’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했었지만 요즘의 대민 서비스는 개인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사무소나 구청 등에서 업무를 보다 보면 과연 전자정부라고 해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의문이 들때가 많다.
최근 동 사무소를 방문했을 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사무소를 가보면 서류마다 창구가 달리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등록 등본 등 실생활과 가까운 민원 창구의 경우, 사람이 몰려 있다. 하지만 다른 창구는 한산한 것을 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10여명 넘게 주민등록등본 창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다른 창구에는 사람이 없어 담당자들끼리 농담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컴퓨터끼리 연결할 수 있고 자료도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왜 한 곳에서만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면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쁘지 않을 때야 어쩔수 없다 하지만 민원인들이 한 곳에서만 줄을 서서 기다릴 때만이라도 서로 업무를 나눠 빨리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동사무소 안에만 컴퓨터가 몇 대씩 있는 데 굳이 한 컴퓨터에서만 그 서류를 뗄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굳이 동사무소를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서류를 뗄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동사무소를 찾아간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전자정부에 대해 아무리 거창하게 얘기할지라도 결국 국민이 전자정부를 느끼는 것은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
이재수 경기도 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