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남북간의 경제 교류·협력은 북한 핵문제로 인한 여건상의 불리함에도 불구, 질·양적 성장을 거두었다. 특히, 남북교역은 거래성 교역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면을 보였다. 2003년 남북 교역액은 7억2018만달러를 기록, 2002년 6억 달러를 돌파한 지 1년 만에 다시 1억달러가 증가하는 신장세를 나타냈다. 남북교역이 증가한 것은 농·수산물 등 거래성 교역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었다. 질적인 면에서도 위탁가공교역을 포함한 상업적 거래가 증가, 전체교역의 58.2%를 차지, 2002년 53.4%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반면, 비거래성 교역인 협력사업용 물자반출과 쌀, 비료 등 대북 지원성 교역은 3억929만달러로 전체교역의 41.8%를 차지, 2002년의 46.6%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거래성 교역의 구성이 반입·반출 공히 농·수산품 및 섬유류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남북교역이 전형적인 선후진국 교역형태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대표적 남북 경제협력사업은 개성공단건설, 금강산 육로관광을 비롯, 평양지역관광과 경의선 동해선 연결사업을 들 수 있다. 개성공단사업은 착공식(2003.6.30) 이후, 개성공단개발사무소 착공식(12.11)이 열렸다. 남북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공단건설을 위해 관련 하위 규정을 제정하고, 1단계 100만 평 개발구역에 기반시설 건설에 착수하되, 그 이전 1만 평 규모의 시범단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정몽헌 회장의 사망에도 육로관광이 실시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현재 금강산 관광은 매일 출발하는 관광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관광사업과 관련 2003년 평화항공여행사가 평양관광사업을 추진했는데, 본 사업은 남북 항공기가 상업적 차원에서 서울·평양 직항로로 관광객을 수송하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가장 순조로운 진전을 보인 분야는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이었다. 남북은 제8차 남북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12월 2∼5일, 속초)을 통해 철도의 신호·통신·전력계통 설계에 대한 기술적 협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2004년 상반기까지는 차량운행사무소를 단계적으로 설치, 운영하고 ‘열차운행합의서’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의선 도로의 경우에는 남측 구간의 포장공사가 완료되었으나, 북측은 비포장 상태다 동해선은 2003년 말 현재 40%의 포장률을 보여 2004년 말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는 4개 경협합의서가 발효(2003.8.22)되고 원산지확인합의서 및 상사중재위 구성·운영 합의서가 채택되는 진전을 이루었다.
올해 남북 경제협력은 북핵 문제에도 남북경협 환경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 관광사업, 시범적 개성공단건설, 경의선·동해선 육로연결 등의 협력 사안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다. 다만, 제네바 합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경수로 건설이 잠정 중단되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북한의 손해배상 요구가 북미 대결을 첨예화하여 핵과 경협문제가 국내외의 논쟁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남북경협 4대 합의서 발효에 따른 실효성 증대를 위한 움직임은 늘어날 것이다. 청산결제의 시범적 실시, 남북해운합의서 발효 및 부속합의서 체결,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합의서 타결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개성공단에 직교역 등 경제협력사업의 실무적 문제협의를 위한 협의사무소가 개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의선·동해선 철도, 도로는 궤도부설과 도로 노반공사가 이루어져 남·북한간의 물류 이동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의선 철도·도로가 연결될 경우, 대규모 개성육로관광과 함께 평양과 주변지역으로의 관광확대사업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 차원에서 시범 청산결제 거래가 이루어지면, 경화가 부족한 북한의 대남 반입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이 남북경협 활성화의 획기적 전환의 한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경제협력연구실장 yykim@kinu.or.kr